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 개정과 관련, 최근 손해보험 업계가 이의를 제기
하고 있는 몇가지 문제점은 나름대로 상당한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손보업계의 반론은 여러가지이지만 특히 책임보험 초과잉여금을 교통안전
기금으로 강제납부토록 하는 내용과 자동차사고 환자에 대한 의료보수분쟁을
막기위해 의료보수분쟁심의원을 설립하는 것, 그리고 사고율이 높은
사업용차량의 종합보험(대인배상)을 무조건 인수토록 강제하려는 것 등은
더욱 그렇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보험회사의 책임보험 실적손해율이 예정손해율보다 낮은 경우 그 차이에
해당하는 책임보험료 수입액의 50%를 교통안전기금에 납부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책임보험료는 모든 자동차운행자에게 가입이 강제되어 있는
공공성 자금이기 때문에 책임보험수지의 흑자가 발생하더라도 보험회사가
가져가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정부의 그같은 주장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대처하는 방법을 교통안전
기금으로 흡수해 교통사고예방사업과 교통사고 유자녀지원에 사용하겠다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과도한 흑자가 났다면 보험료를
낮추거나, 사고피해자에 대한 보상금을 올려 대처하는 것이 순리이고
보험원리에도 맞는 시정방안으로 여겨진다. 물론 흑자에도 불구하고
보험료인하에 인색하고 사고보상금을 충분히 지급치않은 보험사들의 시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 보험회사와 의료기관간의 진료비 분쟁을 조정하기위한 건설교통부산하
전담기구로 의료보수분쟁심의원을 설립하려는 내용도 행정만능주의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전근대적 정책발상이 아닌가싶다. 현행법에 의료업계와
보험업계가 분쟁조정을 위한 자율심사기구를 설치운영토록 돼있으나 제도가
도입된지 7년이 넘도록 양업계의 이해대립으로 의료비분쟁조정기구가 구성
되지 못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가 설명하는 전담기구
신설의 불가피성이다.

그러나 양업계가 너무 첨예하게 대립하니까 정부가 중재기구를 신설,
해결하겠다는 것은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중재기구가 생기면 상호 로비전
이 전개될 것이고, 어느쪽이든 자기에게 불리한 판정에 대해 수긍하기보다
반발부터 할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키워놓을 우려가 많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양측이 자율협의기구를 구성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것이 정부가 먼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국가의 모든 부문에서 기구통폐합 등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산하기관을 신설한다는 것 자체가 비난받을 일인데다 최대과제로
부각돼있는 정부규제완화에도 역행하는 처사여서 더욱 설득력이 없다.

사업용차량의 종합보험 강제가입조치도 같은 이유로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