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합병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설마 하던 상업 한일은행의 합병이 눈앞의 현실로 닥치면서 이쪽 저쪽
상대를 저울질하는 움직임들이 부쩍 늘고 있다.

특히 같은 조건부승인은행인 조흥은행은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조흥은행은 다른 은행과의 합병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론 후발 지방은행을 상대로 꼽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반응은 차갑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경남 광주은행 얘기를 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조흥-신한은행 합병가능성에 대해선 "물건너간 일"로 보는
금융계와 달리 "좀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해 주목된다.

그러나 당국은 조흥-외환은행의 합병에 비중을 두고 있다.

성사될 경우 상업-한일은행을 능가하는 초대형은행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밖에 조흥-주택, 조흥-보람, 조흥-장기신용은행간의 합병가능성도 거론
된다.

외환은행도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같은 ''노선수정''은 금감위의 ''유도''가 집요하고 강력해 외자유치만으로는
합병기류를 피할수 없게 됐기때문이다.

물론 합작선인 독일코메르츠은행이 합병에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등
''등대''역할을 맡기로 한것도 힘이 됐다는 후문이다.

외환의 합병상대로 국민 주택 한미 장기신용은행 등이 거론된다.

외환-한미은행 합병설은 최근 한은행으로부터 합병제의를 받은 외환측이
"우리는 한미가 좋다"고 속마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포되기
시작했다.

금감위는 조흥-주택은행과 함께 외환-국민은행 합병을 시너지효과가 높은
경우로 분석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사실 외환-국민은행 합병은 국제영업과 소매금융의 상호보완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궁합이 맞는 짝짓기"라는 게 금융계의 정설이었다.

현재로선 국민은행의 거부감이 큰 편이다.

우량은행에 대한 경영진단 결과가 나오는 9월중순께면 외환의 합병후보들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보람은행은 또다른 합병설의 진원지.

다른은행과의 합병에 대비해 최근 "HR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보람은 이미
하나은행과 합병협상을 진행중이다.

최근엔 조흥은행과의 합병설도 부상했다.

조흥이 이행계획서에 중형 후발우량은행과의 합병추진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조흥-보람은행은 자산규모면에서 상업-한일은행에 크게 못미친다.

그러나 두 은행의 부실이 상대적으로 동급의 다른 은행들에 비해 적은데다
보람은행의 인원이나 조직규모가 작아 합병추진과정에서의 비용절감도 기대
된다.

보람과의 합병에 공을 들인 하나가 다른 은행들의 "넘보기"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심사다.

금감위 관계자는 "하나 보람은행이 첫 합병 발표를 놓친 것을 후회하는
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신한 국민 주택 한미 하나은행도 각각 동화 대동 동남 경기 충청 등
퇴출은행의 인수작업을 마무리하는대로 초대형 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제2의 합병대열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한은 금융 구조조정 초기 무산됐던 조흥과의 합병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거론된다.

두 은행의 전산시스템이 같은데다 인적자원이 우수하고 재일동포 자본과
민족자본의 결합이라는 보완효과가 장점으로 지적된다.

< 허귀식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