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말단 당직자인 대변인이 당을 좌지우지한다"는 언론보도에 반발,
사의를 표명한뒤 두문불출하던 한나라당 김철 대변인이 30일 "초강수"를
던지며 당무에 복귀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건강
문제와 경성그룹 특혜대출 관련자 실명을 거론하는 등 민감한 사안을 주저
없이 건드렸다.

그는 "지금 시중에 대통령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면서 "이것은 대단히 걱정스러운 문제로 정부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제대로 설명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경성그룹 특혜대출과 연루된 여야정치인 실명을 공개했다.

그동안 각종 "리스트"들이 나돌때 실명이 거론되더라도 부인하거나 영문
이니셜 확인을 거부해온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쪽 연루자들이 없다는 자신감에서 김 대변인이 대여
압박수단으로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김 대변인이 거명된 당사자들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피소당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과욕을 부린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편 김 대변인은 당무에 복귀하면서 "그동안 당지도부가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여러 의원들이 사의번복을 강력하게 권유했다"며 "더이상 개인의견을
고집하는 것은 당명에 불복하는 것으로 생각해 번복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나는 언론이 어떤 기사를 쓰건 각자의 취향과 생각에 따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관여할 이유도, 문제삼을 이유도 없다"면서 "그러나
우리 내부에서 소음이 있으면 다른 당직은 몰라도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취지에서 사의를 표명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