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회복을 기치로 내건 오부치 게이조 새 내각이 30일 공식 출범한다.

이에따라 하시모토 류타로총리의 사임발표후 약 20일간의 정치공백 현상이
끝나고 경기회복을 위한 은행개혁과 경제구조개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오부치 자민당총재는 29일 그동안 관심의 초점이 돼온 대장상에 미야자와
기이치 전 총리를 내정했다.

경제와 금융에 밝고 경험이 많은 미야자와가 대장상이 됨으로써 일본경제의
회복기대감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대장상은 일본의 경기회복을 위한 금융개혁의 핵심 포스트다.

때문에 누가 대장상이 될 것인가는 차기 일본정부의 개혁향방과 경기회복
방향을 가늠해줄 잣대로 평가돼 왔다.

일본재계와 금융시장은 미야자와 전 총리가 신임 대장상에 내정된 것을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경제를 꿰뚫고 있는 거물급 인사가 대장상이 됨으로써 신임
정부가 부실채권정리 등 금융개혁과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지난 며칠간 떨어지던 엔화가 주가와 소폭 상승세로
돌아서 미야자와 대장상내정자에 대한 기대를 반영했다.

대다수 분석가들은 미야자와 대장상내정자가 거물 정치인인 만큼 오부치
내각의 경제정책 선택폭과 추진력이 배가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미야자와는 경제회생의 최대 걸림돌인 막대한 부실채권정리작업을
진두 지휘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는 않다.

미야자와가 지금의 경제위기를 불러온 80년대말 버블(거품)경제 당시
대장상이었던 데다 부실채권을 청산해야 할 중요한 시기(91-93년)에 총리를
맡았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나물에 그밥"이라는 곱지 않은 평가를 내리고
있기도 하다.

한편 오부치 자민당 총재는 새정권 조각과 관련, 외상에는 고무라 마사히코
(55) 정무차관이 승진임용됐으며 경제기획청 장관에는 경제평론가인
사카이야 다이치(63), 통산상에는 요사노 가오루(58) 전 문부상이 각각
결정됐다.

방위청장관에는 누카가 후쿠시로(54) 관방부장관이 내정됐으며 후생상과
자치상에는 니시다 마모루(69) 전 국토청장관과 미야시타소헤이(69) 전
방위청장관이 각각 기용됐다.

이밖에 관방장관에는 노나카 히로무 전 간사장대리가 내정됐다.

오부치 총재는 30일 임시국회에서 있을 총리 지명선거에서 하시모토총리의
후임으로 제84대 총리로 선출된 뒤 곧바로 새 내각을 발표한다.

[ 미야자와 경제구상 ]

<>.부실금융정리 : . 가교은행 설립
. 재정자금 30조엔 투입
<>.재정구조개혁 : . 한시적 동결
<>.경기부양 : . 재정지출확대 통해 경기부양
. 6조엔 영구감세 실시
<>.엔약세 저지 : . 미/일시장개입, 경기부양 통해 엔화회복 유도

[ 미야자와 기이치 신임 대장상 ]

미야자와 기이치 신임 대장상(78)은 화려한 관료경력을 가진 일본정계 최고
의 경제통 원로.

다케시다 전총리, 고아베 간사장 등과 함께 다이쇼 세대(1912~1926)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도쿄대 법대를 졸업하고 22세때 대장성에 들어갔다가 약관 33세에
참의원에 진출했다.

42세때 경제기획청장관을 시작으로 통산상(50세), 외상(55), 관방장관(60),
대장상(66) 등을 거쳤다.

66세때 자민당 제3의 파벌인 미야자와파 회장으로 취임할 때까지 13번이나
입각했다.

72세때인 91년 11월5일에 마침내 최고자리인 총리에 올랐다.

공식석상에 나서기를 꺼리는 "얼굴없는 총리"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쳤다.

뛰어난 영어실력으로 외교적인 문제해결에도 남다른 수완을 보였다.

정치개혁문제로 지난 93년 자민당이 야당으로 전락하면서 정치생명이 위기
에 몰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자민당 긴급금융시스템 안정화대책 본부장에 취임하면서
재기의 토대를 마련했다.

브리지뱅크(가교은행)를 도입해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는 방안을 내놓아
채택됐다.

그래서 그를 "미스터 브리지뱅크"라고들 부른다.

이번에 오부치 정권의 운명이 걸린 대장상 제의를 받아들임으로써 그는
12년만에 대장상 재수를 하게 됐다.

총리출신이 다시 대장상을 맡는 것은 1921년 다카하시 고레키요 이후 처음
이기도 하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