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엔 흔히 "합치고 나누는" 수법이 이용된다.

합쳐 덩치를 크게 하는덴 M&A(매수합병)나 계열사 통폐합이, 나누는덴 MBO
(Management Buyout,경영자 매수)와 스핀오프(Spin-Off,기업분할)가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6일 이규성 재정부장관이 소사장제도도 구조조정의 훌륭한
수단이라고 밝힌 이후 MBO 방식이 급부상하고 있다.

MBO는 사업부나 계열사의 현 사업부장(경영자)과 사원이 중심이 돼 회사
에서 분리되는 사업을 인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으로선 큰 문제없이 한계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인원도 조정할수
있는 이점이 있다.

계열사나 사업부를 다른 기업이나 외국기업에 매각하는 것보다 손쉽게
사업을 정리할수 있게 된다.

또 종업원의 경우 명예퇴직이나 실업의 공포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
기회와 회사의 주인이 될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국부 해외유출을 막을수 있어 일석삼조다.

이같은 이점으로 국내 기업들은 이미 MBO 방식의 구조조정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물류사업권을 이 사업팀 소속 3백70여명에게 넘겼다.

이들은 토로스라는 법인을 설립,삼성전자가 생산한 가전제품을 전국 대리점
에 공급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토로스 자본금 1억원중 삼성이 19%를 대줬고 나머지는 직원들이 냈다.

삼성은 물류부문 독립으로 가전제품 판매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물류비
를 줄임으로써 경쟁력을 높였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10월 전광판사업을 사업부 임직원에 넘겨 (주)다이아몬드
로 독립시킨데 이어 지난 5월 전자피아노 사업도 해당사업부 임직원들이
세운 (주)벨로체로 이양했다.

현재 자본금 5억원인 벨로체는 연말까지 미국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어
자본금규모를 두배로 늘릴 예정이다.

현대전자도 적자사업부였던 PC.멀티미디어사업을 떼네 종업원들에게 넘겼다.

종합상사도 MBO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총무.복리후생 업무를 담당하는 서비스센터를 별도법인
으로 분리시켰다.

15명의 인력으로 출발한 "편리한 세상"은 삼성물산의 여권비자및 항공권
발급 사무용비품수급 수리 명함인사 등의 일을 맡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최근 수출입물품의 운송.통관 담당부서를 로지텍이라는
회사로 분리했다.

나래이동통신은 고객상담업무를 담당하는 고객지원실을 나래텔레서비스로
독립시켰으며 기지국관리 등을 담당하는 부서도 나래통신기술로 독립시켰다.

나래이동통신은 이같은 MBO를 통해 5백명이었던 인원을 3백70명으로
줄였다.

이밖에 반도체장비업체인 미래산업은 시험장비연구부서를 따로 떼냈다.

대기업과 MBO로 분리된 기업간 관계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관계로 볼수 있다.

대기업은 분리된 기업을 아웃소싱 대상으로 선정, 일정기간 경영이 조기에
정상화될수 있도록 유무형으로 돕는다.

그렇지만 분리된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궁극적으로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퇴사하는 임직원들이 MBO를 할때 사용하는 자금은 현재는 보통 해당사업을
분리하는 기업들과 퇴직임직원들로부터 충당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등의 경우 금융기관과 정부가 돈도 대주고 세금도
감면해 주는 등 적극 지원해 주고 있다.

우리도 벤처기업 지원자금중 일부를 MBO 자금으로 지원한다든지 금융기관들
이 분리되는 사업의 설비나 영업권 등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 조달한 자금을
MBO에 지원할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또 정부도 대기업 자산양도시 양도소득세를, 자회사의 자산취득시 취득세
등록세를 감면해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원흠 상무는 "MBO의 경우 회사사정을 잘아는 임직원들이
기업을 운영하게 된다는 점에서 다른 구조조정방식보다 유리하다"고 밝혔다.

[ MBO란 ]

MBO(Management Buyout,경영자 매수)는 사업부나 계열사의 현 임직원이
중심이 돼 기업에서 분리되는 사업을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인수주체가 현직 임직원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기업으로선 한계사업부의 종업원을 큰 무리없이 정리할수 있다.

해당부서 임직원의 경우도 고용불안없이 사업부 운영경험을 살려 자기
사업을 할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정리대상 사업부의 임직원들은 우리사주 담보대출이나 회사의 도움을 받아
보통 사업을 인수하게 된다.

종종 퇴직금도 인수자금으로 활용된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금융기관들이 고수익을 노리고 이들 임직원에게
MBO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아직 이런 금융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