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 <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

제일은행 주주들이 승소한 것은 그동안 경시되었던 소액주주의 권한이 크게
강화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 이 판결을 통해 국내 기업의 경영투명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중요한 시사점이다.

작금의 열린경쟁 환경하에서 경영투명성은 우리 기업이 세계적인 수준의
경영을 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 점은 국제통화기금(IMF)가 요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들은 앞으로 열린 경영을 해야 한다.

모든 경영 활동을 개방형으로 열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무제표의 내용은 물론이고 경영활동 전반이 투명하게 주주를 비롯하여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대주주나 경영진이 주주 전반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은 대표소송
등을 통해 소수주주로 부터의 도전에 항상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경영진도 과거보다 주주의 가치 제고에 더 열심일 수 밖에 없는
등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화된 경영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소액주주들의 권한이 경시되어 왔던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는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소수주주권의 행사요건을 엄격하게
운용했던 제도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주식 투자자 역시 기업이 고도성장의 국면에 있었기 때문에 기업경영에
불만을 표출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주로 단기매매에 따른 거래차익을
추구했다는 점도 또 다른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

저성장기에 접어들고 열린경쟁하에서 기업의 도산가능성이 증가하면서
기업경영의 의사결정과정과 경영실적에 대한 주주의 관심은 전과 다르게
높아가고 있으며 정부도 소수주주권의 행사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앞으로 기업경영이 좀더 주주의 이익을 중시할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소수주주권은 강화되어야 하지만 그러나 소수주주권의 허용에는 일정한
한계를 둘 필요성도 있다.

모든 경영문제에 소수주주가 사사건건 간섭하게 되면 경영자율성이 위축
되고 경영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주주권 행사를 빌미로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나 이익금의
사용에 있어서 재투자보다는 배당을 선호하는 주주의 속성상 과소투자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소수주주권의 행사에 어느 정도의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적 근거가 되고 있다.

따라서 소액주주의 견제장치가 기업의 경영에 대해 큰 불안요인이 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기업의 경영을 보다 더 국제화된 수준으로 높일 수 있도록
소수주주권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해야 하는가는 앞으로 계속 검토해야할
과제일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