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가히 획기적이라 할만하다.

불법행위로 인한 회사손실에 대해 경영자가 개인재산으로 배상토록 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소액주주에 의한 대표소송권이 처음으로 받아들여짐으로써 그동안
유명무실화된 이사회의 기능을 정상화시키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그동안 경영에서 소외됐던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돼
소액주주권이 향후 기업경영에 대한 견제와 감시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더구나 법원이 소액주주들이 청구한 4백억원을 전액 인정해 회계조작, 편법
증여, 재산도피 등 경영진의 총체적 부실경영에 대해 엄정한 배상책임을
물었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현재 진행중인 경제개혁과 관련, 부실경영진에 대한 형사책임과 함께
개인재산을 회사에 배상토록 한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고통분담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 소송 쟁점

이번 소송의 쟁점은 <>제일은행 소액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할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은행임원들이 부실대출로 이사로서의 임무를 저버렸는지 <>이사들
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은 얼마인가 등 크게 세가지.

참여연대측은 이번 소송을 위해 지난해 2월부터 제일은행 소액주주들의
권한을 위임받아 소송준비에 나섰으나 증권거래법상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지분율 기준 0.05%를 채우지 못해 1년여간 소송을 끌어 왔다.

그러나 지난 6월 법개정으로 지분율 기준이 0.05%에서 0.01%로 낮춰짐으로써
소송을 각하당하지 않게 됐고 두차례의 선고연기끝에 마침내 전액배상 판결
을 이끌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은행임원들이 대출기업에 대한 신용도및 회수가능성
조사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는 마땅히 해사행위에 해당되는
불법행위인 만큼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손해액 산정과 관련, 제일은행이 한보철강의 채권을 25% 상각해 성업공사
에 매각하는 바람에 제일은행이 원금기준으로 이미 2천7백13억원의 피해를
본 만큼 원고측이 청구한 4백억원을 배상금으로 모두 인정했다.

<> 판결의 파장

이번 판결로 현재 진행중인 기업퇴출과정에서 부실경영의 책임이 드러난
회사임원및 대주주 등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퇴출은행으로 선정된 동화 대동 경기 동남 충청은행의 소액주주들은 이번
판결로 고무될게 확실하다.

퇴출대상으로 선정된 5개 은행의 소액주주 82만8천여명은 모두 7천4백억여원
에 달하는 손해를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화은행 주주 등은 소송을 추진중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일게 확실하다.

또 한일합섬 해태제과 등 퇴출기업중 10개 상장사의 소액주주 6천6백명과
기아그룹등 부도 대기업 소액주주들도 구경영주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참여연대는 내달중 삼성전자에 대한 회계장부 열람권 신청과 함께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상대로 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이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기업과 주주간의 힘겨루기는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 소수주주권 등 행사요건 ]

<>.대표소송 자격요건 : 6개월전부터 주식의 0.01%(0.005%)이상 보유
<>.대표소송 범위 : 이사 감사 이익공유자 발기인 불공정가액인수자
청산인 책임추궁
<>.이사 감사 해임청구권 : 6개월전부터 주식의 0.5%(0.25%)이상 보유
<>.청산인 해임청구권 : 6개월전부터 주식의 0.5%(0.25%)이상 보유
<>.이사 위법행위 유지청구권 : 6개월전부터 주식의 0.5%(0.25%)이상 보유
<>.회계장부 열람권 : 6개월전부터 주식의 1%(0.5%)이상 보유
<>.주주총회 소집청구권 : 6개월전부터 주식의 3%(1.5%)이상 보유
<>.업무 재산검사인 선임청구권 : 6개월전부터 주식의 1%(0.5%)이상 보유
<>.소수주주의 의무 : 삭제
<>.주주제안권 : 6개월전부터 발행주식의 1%(0.5%)이상 보유

*** ( )는 자본금 1천억원이상인 회사에 적용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