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세리양 아버지에게 .. 복거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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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축하 말씀을 드립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으셨겠지요.
딸 자식을 어엿한 처녀로 키워냈다는 것만으로도 축하를 받을 일인데,
세리양이 큰 일들을 거듭 이루었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물론 크게 기쁘실 터이구요.
"입신양명이 효도의 끝"이라는 옛 말씀이 가리키듯, 성공한 자식의 모습보다
부모를 더 기쁘게 하는 것이 있겠습니까?
세리양의 성공엔 아버지의 보살핌과 지도가 결정적 역할을 했으므로 기쁨은
더욱 클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자 어린이가 훌륭한 골프 선수로 자라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을 터입니다.
아마도 주위 사람들로부터 "극성스럽다"는 얘기를 들을 만큼 열심히
뒷바라지를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당신의 교육 방식에 대해 언짢은 얘기를 하는 서양 사람들 가운데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그러나 성취는 언제나 그 자체가 충분한 변명입니다.
자식을 잘 키우겠다고 다짐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 리 없지만, 모든 부모들이
자식을 실제로 잘 키우는 것은 아닙니다.
우승한 뒤 세리양이 기자들의 물음에 스스럼없이 대답하는 것을 보고 나는
당신에게 고마움까지 느꼈습니다.
우리 선수들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그런 면이 아닙니까?
그런 면에까지 마음을 써 가르친 당신은 축하와 함께 칭송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세리양은 "스타"입니다.
그래서 이전과는 다른 세계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그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자연히 세리양은 새로운 지식들과 범절들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거의 모두 부모가 아닌 사람들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세리양은 혼자 서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녀는 이제 "스타"로서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세리양을 키운 당신이 자식을 세상으로 내보낼 때가 "이젠
네가 혼자 헤쳐나가야 될 때다"라고 격려해줄 때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물론 무척 힘든 일입니다.
자식이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더라도, 부모에겐 자식은 늘 어려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다 자라서 부모 품을 떠날 때가 된 자식을 꼭 끌어안는 것이 자식을 위한
일은 아닙니다.
이 얘기는 실은 자식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무릇 때가 되면 사람은 자신이 키워낸 것들을 품 안에서 내보내야 합니다.
그것은 자신이 정성을 쏟아 키운 것들을 위하는 일입니다.
좋은 예는 모험(venture)기업입니다.
성공한 모험기업은 어느 단계를 지나면 창업주의 지식 능력, 그리고
자금만으로는 제대로 클 수가 없습니다.
그럴 때는 창업주가 과감하게 큰 기업에 자신이 키운 기업을 넘기는 것이
옳습니다.
빌 게이츠처럼 자신이 세운 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워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모험기업들은 주인이 바뀌면서 제대로 큽니다.
우리 사회에서 모험기업들이 어느 수준 이상 크지 못하고 흔히 도산하는
것은 창업주가 자신이 키운 기업을 과감하게 밖으로 내보내는 풍토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리양은 이제 국민적 히로인이자 국제적 스타가 되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의기소침한 우리 국민들이 세리양의 쾌거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골프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는 제 안식구가 "버디"와 "보기"를 구별하게
되었을 만큼, 세리양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는 큽니다.
그녀가 오랫동안 훌륭한 스타로 남으려면 아버지인 당신의 결정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당신의 역할이 갑자기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실은 당신이 가까이서 지켜보아야 세리양이 원숙한 골프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세리양을 무리하게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을 터인데,
그 사람들로부터 세리양을 지켜줄 사람이 아버지 말고 누가 있겠습니까?
모든 분야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직업적 수명이 짧은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특히 운동선수들은 조로합니다.
세리양이 원숙해져서 오랫동안 스타로 남도록 잘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흐뭇한 마음으로 축하와 필승의 말씀을 드립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1일자 ).
그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으셨겠지요.
딸 자식을 어엿한 처녀로 키워냈다는 것만으로도 축하를 받을 일인데,
세리양이 큰 일들을 거듭 이루었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물론 크게 기쁘실 터이구요.
"입신양명이 효도의 끝"이라는 옛 말씀이 가리키듯, 성공한 자식의 모습보다
부모를 더 기쁘게 하는 것이 있겠습니까?
세리양의 성공엔 아버지의 보살핌과 지도가 결정적 역할을 했으므로 기쁨은
더욱 클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자 어린이가 훌륭한 골프 선수로 자라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을 터입니다.
아마도 주위 사람들로부터 "극성스럽다"는 얘기를 들을 만큼 열심히
뒷바라지를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당신의 교육 방식에 대해 언짢은 얘기를 하는 서양 사람들 가운데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그러나 성취는 언제나 그 자체가 충분한 변명입니다.
자식을 잘 키우겠다고 다짐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 리 없지만, 모든 부모들이
자식을 실제로 잘 키우는 것은 아닙니다.
우승한 뒤 세리양이 기자들의 물음에 스스럼없이 대답하는 것을 보고 나는
당신에게 고마움까지 느꼈습니다.
우리 선수들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그런 면이 아닙니까?
그런 면에까지 마음을 써 가르친 당신은 축하와 함께 칭송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세리양은 "스타"입니다.
그래서 이전과는 다른 세계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그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자연히 세리양은 새로운 지식들과 범절들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거의 모두 부모가 아닌 사람들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세리양은 혼자 서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녀는 이제 "스타"로서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세리양을 키운 당신이 자식을 세상으로 내보낼 때가 "이젠
네가 혼자 헤쳐나가야 될 때다"라고 격려해줄 때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물론 무척 힘든 일입니다.
자식이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더라도, 부모에겐 자식은 늘 어려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다 자라서 부모 품을 떠날 때가 된 자식을 꼭 끌어안는 것이 자식을 위한
일은 아닙니다.
이 얘기는 실은 자식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무릇 때가 되면 사람은 자신이 키워낸 것들을 품 안에서 내보내야 합니다.
그것은 자신이 정성을 쏟아 키운 것들을 위하는 일입니다.
좋은 예는 모험(venture)기업입니다.
성공한 모험기업은 어느 단계를 지나면 창업주의 지식 능력, 그리고
자금만으로는 제대로 클 수가 없습니다.
그럴 때는 창업주가 과감하게 큰 기업에 자신이 키운 기업을 넘기는 것이
옳습니다.
빌 게이츠처럼 자신이 세운 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워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모험기업들은 주인이 바뀌면서 제대로 큽니다.
우리 사회에서 모험기업들이 어느 수준 이상 크지 못하고 흔히 도산하는
것은 창업주가 자신이 키운 기업을 과감하게 밖으로 내보내는 풍토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리양은 이제 국민적 히로인이자 국제적 스타가 되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의기소침한 우리 국민들이 세리양의 쾌거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골프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는 제 안식구가 "버디"와 "보기"를 구별하게
되었을 만큼, 세리양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는 큽니다.
그녀가 오랫동안 훌륭한 스타로 남으려면 아버지인 당신의 결정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당신의 역할이 갑자기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실은 당신이 가까이서 지켜보아야 세리양이 원숙한 골프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세리양을 무리하게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을 터인데,
그 사람들로부터 세리양을 지켜줄 사람이 아버지 말고 누가 있겠습니까?
모든 분야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직업적 수명이 짧은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특히 운동선수들은 조로합니다.
세리양이 원숙해져서 오랫동안 스타로 남도록 잘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흐뭇한 마음으로 축하와 필승의 말씀을 드립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