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정조대는 15세기 세종대에 비견되는 문예부흥기였다.

당시 문화예술인들은 건실한 절제미와 자유분방하고 생동감 넘치는
아름다움을 조화시키면서 민족적 성향이 두드러진 독자적 미의 세계를
일궈냈다.

이는 문화전반의 토착화현상이 진행되고 문화의 향수계층이 서민들로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18,19세기 2백여년간 이 땅에서 탄생한 미술명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갤러리에서 오는 10월11일까지 계속되는 "조선후기
국보전-위대한 문화유산을 찾아서".

출품작은 국보 5점, 보물 14점을 포함해 모두 2백50여점에 이른다.

서화와 도자기는 물론 궁중미술, 나전칠기, 불교미술, 여성장신구 및
안방가구, 선비들이 쓰던 문방구류까지 다양하게 나와있다.

특히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널리 알려진 작품도 6점이
전시되고 있다.

출품작중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백16호)"와 "금강전도(국보 2백17
호)"는 진경산수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꼽힌다.

"인왕제색도"는 비온후 막 개기시작하는 하늘아래 웅장하게 드러나는
인왕산을 실감나게 묘사한 그림으로 겸재의 완숙해진 화풍이 유감없이
발휘된 걸작이다.

종이바탕에 먹과 옅은 채색으로 그린 "금강전도"는 만폭동을 중심으로
금강내산의 정경을 부감법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후배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또 "세한도(국보 1백80호)"는 추사가 제주도에 유배중이던 1844년 제자인
이상적에게 그려준 그림으로 올곧은 선비의 기개가 잘 표현된 작품.

19명 신선들의 파상장면을 그린 단원 김홍도의 "군선도(국보 1백39호)"는
활달하고 거침없는 단원의 필법을 보여주는 명품으로 꼽힌다.

일본의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미인도"도 출품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작품은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보다는 단아함과
섬세함이 떨어지지만 선묘처리가 안정된 수작이다.

이밖에 정조가 직접 그린 "파초도(보물 7백43호) 장승업의 "홍백매도
십곡병" 김석신의 "송하청금도" 를 비롯 청화백자죽문각병(국보 2백58호)
백자투각모란문호(보물 2백40호) 등도 관람객을 맞는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실제 목판, 해시계, 놋쇠지구의 등도 선보여 우리
선조들의 과학적 사고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입장료는 어른 3천원, 중고생 1천원이다.

매주 월요일 휴관.

750-7990

< 이정환 기자 jh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