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쇼핑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낮시간대의 폭염과 교통체증을 피해 값싸고 좋은 상품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올빼미 쇼핑"이 신풍속도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24시간 문을 여는 대형할인점은 몰려드는 야간쇼핑객으로 밤만
되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야간매출이 낮매출을 훨씬 웃도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심야소비현장에서는 IMF 불황의 그림자도 사라지고 있다.

"시간파괴"의 대표적인 현장은 농산물할인점인 하나로클럽.

하나로클럽의 서울 창동점과 양재점의 경우 자정전후 쇼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토요일이나 일요일밤에는 밀려드는 차량으로 주변도로가 몸살을
앓는다.

하나로클럽 창동점의 지난 12일 총매출은 10억4천7백만원.

이중 43%인 4억5천3백만원이 오후 6시부터 자정사이 올린 실적이다.

특히 피크타임인 밤 10시-11시 사이 매출은 9천1백40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나 됐다.

밤 12시부터 새벽 1시까지의 매출도 오전시간대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밤시간대 매출은 휴일이나 공휴일이 많긴 하나 평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요일인 지난 15일은 저녁시간대(오후6시-자정)가 35%, 오후시간대(정오-
오후 6시)와 오전시간대(오전6시-정오)가 48%와 14%였다.

밤에만 문을 여는 동대문의 의류도매상가들은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의 야간
쇼핑 천국이다.

도,소매가 혼재하는 이곳은 원래 지방에서 물건을 떼러 올라온 소매상인
으로 붐볐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들 소매상인과 수도권의 신세대 젊은이들이 한데
뒤엉켜 날 밝는줄 모르고 질좋고 싼 상품을 찾아 다닌다.

24시간 영업하는 할인점 킴스클럽에서도 역시 야간쇼핑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서울 잠원점의 경우 7월들어 밤 10시-새벽 6시 매출비중은 39%까지 올라가고
있다.

이는 1년전보다 8%포인트나 높아진 실적.

밤 10시까지 영업하는 E마트에서도 저녁시간대 매출비중이 가장 높다.

이곳 고객중에는 부부쇼핑객이 주류를 이루는게 특징.

분당점을 예로 들면 지난 6월중 밤 8시-10시까지의 2시간 판매액이 전체
매출의 20.1%였다.

이 비율은 지난 1월에 비해 약 5%포인트가 높아진 것이다.

하나로클럽 창동점의 이승우장장은 "야간쇼핑이 활발한 것은 낮보다 교통
체증이 덜한데다 중,장년층 고객들도 더위를 피해 가족과 함께쇼핑을 즐길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킴스클럽 잠원점 안주영과장의 설명은 또 다르다.

"맞벌이부부가 늘어나고 불황으로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의 영업시간이
부쩍 길어지면서 소비자들 스스로 야간쇼핑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 과장은" IMF후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대형할인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심야쇼핑이 더 활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사실 야간쇼핑공간은 이코노쇼핑공간이기도 하다.

이는 농산물유통과정을 대폭 축소한 하나로클럽이나 상인들이 중저가
의류를 직접 만들어파는 동대문시장의 상품값을 보면 금방 알수 있다.

이같은 현상과 관련, 현병언 중앙대 교수(유통경제학)는 "야간쇼핑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소비문화"라며 "맞벌이부부 증가 등 생활패턴변화와
불황타개를 위한 유통업체들의 판매전략차별화가 맞아떨어지면서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