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간 거래를 무조건 부당 내부거래로 보고 있으니 꼼짝달싹 할 수
없다. 무조건 죄인이 되게 생겼다"

지난 14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구조조정협의회에선 이런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부당한 내부거래가 나쁘다는 것은 알지만 기준을 명확히 해야 기업에서도
공정위의 조사에 수긍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앞으로 조사대상이 될 것이 분명한 하위그룹의 목소리가 높았다.

재계의 이같은 불만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말까지 5대그룹 40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96년까지만 해도 계열사간 제품 거래만 조사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적었다"며 "지금은 자본 인력 자산 등 생산요소 전반을
건드리고 있어 털면 털수록 먼지가 나게 돼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내 감사만 한번 받아도 업무에 지장이 엄청난데 거의 모든
서류를 내놓아야 하는 공정위 감사에 기업 활동이 마비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갖는 불만은 내부거래를 무조건 "죄악시" 하는 공정위의
시각이다.

기업의 관행을 도대체 인정해주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정위는 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출자를 자금대여 행위로
보고 있다.

해외지사에 수출한 물량도 내부거래로 규정하고 있다는게 무역업체들의
불만이다.

또 유상증자시 발생한 실권주를 계열사가 인수할 경우도 자금지원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계열사간 거래를 모두 특혜성 거래로 몰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기업들은 지적한다.

모업체 관계자는 "신용이 좋고 대금회수가 용이한 거래처에는 가격상의
메리트를 주는 것이 당연한 상도의"라며 "이를 부당한 지원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계열 정유사가 있는데 다른 그룹 정유사에서 기름을 넣겠느냐"며
"계열사간 거래도 옥석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걸음 더 나아가 내부거래 자체에 경쟁침해적인 요소가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주선 연구위원은 내부거래를 나쁘다고 보는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받아쳤다.

우선 내부거래를 통해 경쟁 상대방보다 우월적인 지위를 갖게 된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열등한 계열사를 지원할 경우 지원하는 회사는 궁극적으로
경쟁자에게 뒤처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내부거래가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반박했다.

내부거래에 대한 공시만 확실하다면 소액주주들은 주식시장에서 보유한
주식을 매각해 그 회사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공정위는 부당내부거래가 밝혀지면 3년 평균 매출액의 2%
범위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또 금융감독위에도 퇴출기업 선정의 자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기업으로선 내부거래가 부당한 것으로 인정되면 엄청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내부거래에 대한 명확치 않은 규정 문제가 큰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공정거래법이 보는 부당내부거래 >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거나 상대방을 차별하여 취급하는 행위(제23조
제1항 제1호)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 대여금 인력
부동산 유가증권 무채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 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제23조 제1항
제7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