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에 중학교를 세우는 것이 소원이던 새댁이 88세
할머니가 되어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꿈을 실현해 지역사회의 칭송을 받고
있다.

지난 1929년 서울에서 문막읍 취병리 양조장집으로 시집 온 박정환 할머니는
시댁이 당시 강원도에서 첫째 둘째를 다투는 부잣집이었음에도 부엌 한켠
항아리에 저축을 시작했다.

19세 새댁시절 조그만 "장학사업"계획을 세운 것이다.

두부 한모 살 때 조금 떼어내고, 고기 한근 살 때 더 떼어내는 식이었다.

이듬 해에는 돼지 2마리를 사다 키웠다.

10명이 넘는 양조장 일꾼들의 밥을 해대다보니 음식찌꺼기가 많이 남아
이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돼지를 먹이기 위해 남의 논 8마지기를 얻어 혼자 농사를 짓는 등 몸을
아끼지 않자 남편은 "무엇이 부족해 그러느냐"고 만류를 했고 시아버지는
"농사가 그렇게 좋으냐"며 논밭 13마지기를 사주시고 기특해 하셨다고
박할머니는 말했다.

그는 "이렇게 노력해서 모은 돈으로 문막에 중학교 하나 세울래요"라는
말로 남편과 어른들을 설득했다.

시집오기전 서울에서 성장할 때 경기여중에 합격하고도 집안 어른들의
반대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한을 가슴깊이 간직한 것이다.

지난 70년 양조장을 정리해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남편 유진원씨가 사업
실패로 73년 세상을 떠났지만 장학사업의 꿈을 접지 않고 할머니는 문막에서
73마지기의 농사일과 70여마리의 돼지를 키워 왔다.

그 결과 지난 90년 문막도서관 신축터 9백90평방m를 교육청에 기증, 장학
사업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으며 97년에는 5천만원으로 "유진원장학회"를
설립, 매년 1백여명의 중학생에게 학비를 지원하는 등 본격적인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박할머니는 최근 집 근처 땅에 소방도로가 나면서 생각지도 않던 2억여원의
보상금이 나오자 1억원을 장학회에 추가로 내놓아 장학재단으로 확대, 더
많은 학생들의 학업을 지원하고 있다.

박할머니는 "부잣집에 시집와서 부족한 것이 없었지만 장학기금은 평생
몸을 가꿀 시간없이 일한 것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자신의 뜻을 말없이
지원해 준 남편에게 공을 돌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