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시기와 강도를 놓고 고심중이다.

달러당 1천3백원선을 뚫고 올라 가버린 원화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개입을
하긴 해야겠는데 신경쓸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어서다.

재경부는 일단 원화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속내는
감추지 않고 있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개입하느냐다.

우선 개입시기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당장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조속한 개입을 촉구는 목소리는 역시 몸이 달은 민간업계 쪽에서 나온다.

"최근의 원화가치 상승세는 지나치게 가파르다. 특히 엔화나 동남아국가들
의 통화가치에 비해 원화가치가 너무 절상돼 수출경쟁력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정부가 빨리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정부의 성급한 외환시장 개입은 대외신뢰도를 추락시켜 경제개혁을 지연
시킬 수 있다. 좀더 신중히 시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한국개발연구원
K연구위원)

재경부는 어느쪽 말을 들을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또 시장개입 강도에서도 정부는 아직 뚜렷한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일반적으로 한은을 통해 시중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것.

그러나 하반기 통화공급물량을 고려할때 그 폭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하반기중 대규모 국공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직접 가든, 돌아서 가든 이들 국공채의 상당물량은 한은이 인수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시중엔 통화가 풀리게 된다.

따라서 달러 매입으로 인한 시중통화 증대물량과 한은의 국공채 매입량을
종합 감안해 수위조절을 해야 한다.

자칫하면 과잉 통화공급으로 인플레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이 특히 우려하는 대목이다.

한편 외환시장에선 정부가 야금야금 달러를 사들이는 방법으로 이미 시장에
개입한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구두개입" 수준을 넘어 행동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그러나 원화가치가 여전히 강세를 지속하는걸 보면 본격적인 개입에 착수
하진 않은 것 같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