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여 동안 실종돼 버린 국회를 위해 국민들은 얼마나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을까.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시급히 처리돼야 할 법안들은
심의조차 안되고 있지만 의원들은 꼬박꼬박 나오는 세비를 챙기고 있다.

대규모 실업사태 속에서 임금삭감을 버텨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시민들과는 달리 국회의원들에게는 "무노동 유임금"원칙이 철저하게
적용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에 지급되는 세비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등을 포함해 1인당
연간 7천1백만원이다.

여기에 사무실 운영비와 차량 유지비 홍보비 등을 합한 활동지원비로
의원당 연간 2천7백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두달간 국회가 공전되면서 의정활동은 전무했지만 의원들은 두달치 봉급으로
총 35억3천만원, 활동지원비로 13억4천만원을 타갔다.

게다가 의원당 5명의 보좌진을 두고 있어 이들의 두달치 급여액는
74억1천만원에 달한다.

결국 아무일도 하지 않았을 뿐만 국정운영과 개혁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는 국회는 두달간 1백22억원의 혈세를 축낸 셈이다.

국회의원에게 정당활동이나 여론수렴, 입법준비활동 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출석일수를 세비산출 등에 반영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세찬 비난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당분간 국회를 정상시킬 것
같지 않다는데 있다.

여야는 국회의장단 배분 문제 등을 둘러싼 대립으로 후반기 원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게다가 21일로 예정된 재.보궐선거 지원때문에 여의도는 아예 "인적"조차
끊긴 상황이다.

특히 각당 수뇌부들이 출전한 선거구에는 "현역 총동원령"이 내려져 원구성
협상이 타결된다 하더라도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국회를 열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례로 국민회의는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을 돕기 위해 광명을 선거에만 무려
23명의 현역의원을 투입했다.

경기 수원 팔달에도 20명의 의원이 대거 동원됐다.

자민련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양희 의원 등 10명은 서초갑 9개동 책임자로 임명됐고 부산 해운대.기장을
에도 10명의 의원이 배치됐다.

2곳의 선거지원을 위해 48명이 자민련 소속의원중 20명이 동원된 것이다.

한나라당도 만만치 않다.

광명을에 김문수 의원 등 20여명이 동별로 배치됐고 종로와 서초갑에
10명이 투입됐다.

재보궐 선거가 끝나고 가까스로 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민생법안들이 졸속
처리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회의 행정부 견제기능이 아예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 처리돼야 할 법안들은 "금융산업 구조개선에관한 법률",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외국인 투자유치촉진법" 등 우리 경제정책의
기조에 큰 영향을 끼치는 법안들이어서 이같은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