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내 중앙도금단지에 있는 삼진공업사.

일감이 없어 부도를 내고 방치된 공장이다.

내부에는 더께쌓인 도금라인이 흉한 몰골 그대로 있다.

단지 관계자는 "가동이 시원찮더니 결국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다"고
말한다.

부도난후 거래은행이 공장을 압류해 경매에 부쳤지만 번번이 유찰이다.

단지내에 있는 신신화학 김건웅 사장은 "다른 도금업체들도 한결같이
일감이 40%가량 줄었다"고 한다.

일감이 준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 판매난이다.

올들어 승용차내수는 지난해보다 평균 60%가량 줄었다.

지난 5월중 자동차업종의 가동률이 44%로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이런 이유다.

차가 팔리지 않는데 부품업체공장이 제대로 돌아갈리 없다.

가동률이 연쇄적으로 떨어지며 쓰러지는 부품업체가 늘어가고 있다.

"올들어 1백50여개의 자동차부품업체가 부도를 냈거나 휴업에 들어갔다"
(산업자원부)는 설명이다.

이같은 여파는 도금이나 열처리업체로 이어진다.

반월공단내 또다른 도금업체인 삼양금속도 똑같은 이유로 부도를 냈다.

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 이종문 경영지원팀장은 "반월에는 기아차계열
부품업체가 많아 입주업체들의 생산활동이 더욱 위축됐다"고 말한다.

내수뿐 아니라 수출업체도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원자재를 제때 들여올수 없어서다.

전체 원료의 92%를 수입하는 고합울산공장의 최근 가동률은 60% 수준이다.

수직계열화된 탄탄한 설비를 갖추고도 원자재가 없어 수출품을 만들지
못하는 딱한 사정에 놓여 있는 것이다.

원자재부족은 무역금융시스템이 제기능을 못한 때문이다.

원자재를 외상으로 들여오기 위해서는 은행에서 신용장(LC)을 개설해 줘야
한다.

그런데 최근들어 은행들이 신용장개설을 기피하고 있다.

금융구조조정이 급진전되면서 은행은 기업에 대한 부실채권발생을 이유로
무조건 신용공여를 줄이는데 급급하다.

공장가동이 줄면서 고합의 상반기 수출실적은 6억달러로 전년의 절반수준
으로 급감했다.

전체 생산량의 93%를 수출하는 회사 입장에선 수출이 줄면 현금흐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됨은 물론이다.

현금이 없으니 원료수입이 더욱 어려워지고 가동률이 다시 하락하는 악순환
이 반복된다.

그러니까 지금 공장이 돌지 않는 것은 크게 두가지에 원인이 있다.

내수판매위축과 신용경색에 따른 원자재조달난이다.

그래서 제조업체들의 가동률은 매월 "사상최악"을 경신한다.

지난 5월중 제조업체 평균가동률은 66.7%로 곤두박질쳤다.

업종별로 자동차(44%) 시멘트(66%) 전자(67%) 일반기계(68%)가 낮은 가동률
을 기록했다.

자연히 생산과 출하도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산업기반침하일로다.

지난 5월중 제조업체의 총생산능력이 전달보다 0.6% 감소한 점이 이를
증명한다.

IMF 사태이후 생산능력이 감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구조조정 구조조정 하지만 경제계에선 산업기반 자체가 붕괴되는 마당에
구조조정할게 뭐가 있겠느냐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대우경제연구소 한상춘 연구위원은 "60%대의 가동률이 이어질 경우 전체
산업이 성장복원력을 상실할 정도로 산업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치혁 고합회장은 "은행이 부실채권이나 대출금상환에 대한 부담없이
원활하게 신용장을 개설해 줄수 있도록 정부가 수출기업의 단기차입금상환을
3~4개월정도 연장해 주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가동률을 높여 고용도 창출하고 효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장이 돌아야 실업도 줄이고 구조조정도 원활하게 할수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공장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는것 아니겠는가.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