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문단에 소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송경아(27)씨의 ''엘리베이터''와 한창훈(35)씨의 ''가던 새 본다'',
최성각(43)씨의 ''부용산'' 등 단편소설집과 양귀자(43)씨의 ''모순'', 김운하
(35)씨의 ''언더그라운더'' 등 장편소설이 잇따라 출간됐다.

김형경 신경숙 은희경 이인화씨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집도 곧 나올
예정이다.

송경아씨의 "엘리베이터"(문학동네)는 현대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자유로운 상상력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작품집이다.

새벽 조깅중 강보에 싸인채 가로수 밑에 버려져 있는 새끼 호랑이 한마리를
발견한다든지 벼락을 맞아 투명인간이 돼버린 사람 등 이성과 현실논리로는
포착되지 않는 비현실적 이미지가 담겨있다.

표제작 "엘리베이터"에서 작가는 엘리베이터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 현대
사회의 온갖 환멸스러운 모습들을 모아놓고 정체성도 없이 상품화된 욕망의
노예로 전락한 현대인의 초상을 충격적으로 그려낸다.

한창훈씨의 "가던 새 본다"(창작과비평사)는 걸쭉하고 능청스런 입담으로
소외된 서민층의 세상사는 모습을 경쾌하게 풀어낸 소설집.

농어촌이나 도시 변두리 사람들의 일상속에 따스한 삶의 훈기를 피워올리는
단편 10편이 제각각 빛을 발한다.

특히 삶과 죽음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셋집 주인 할매와의 대화를 통해
곤궁한 인생의 "독"을 해독시켜주는 표제작은 이 작가의 진지한 시각을
유감없이 발휘한 수작이다.

최성각씨의 "부용산"(솔)은 물질만능과 부패, 광적인 집단의식으로 얼룩진
일상의 이면을 뒤집어 보여준다.

"부용산"은 민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불려졌으나 빨치산의 노래라고 알려져
한때 금지곡이 되기도 했던 곡.

이 노래가 제망매가처럼 슬픈사연이 담긴 곡이었다는 걸 밝혀내는 이야기가
표제작에 담겼다.

어떠한 이데올로기의 굴레도 삶의 진정성을 담아내는 노래, 즉 예술의
생명성을 막아내지는 못한다는 진리를 강조한 작품이다.

양귀자씨의 "모순"(살림)은 사랑과 인생의 양면성을 탐구한 장편소설.

이름에 참진)자가 두개나 들어간 "나" 안진진은 일란성 쌍둥이 자매인
어머니와 이모의 운명을 지켜본다.

두 여인의 일생은 마치 한 몸이면서 행복과 불행을 나누어 가진 야누스처럼
보이는데 이는 "나"에게 다가온 현실적인 남자 나영규와 몽상가인 김장우의
또다른 상징으로 다가온다.

"나"는 두 연인과의 트라이앵글을 유지하며 자신에게 맞는 열쇠가 어느
것인지를 놓고 갈등한다.

김운하씨의 "언더그라운더"(문학과지성사)는 기성문화에 저항하는 잡지
"언더그라운더"를 만드는 젊은이들의 고뇌와 사랑, 투쟁과 갈등에 관한
얘기다.

회의주의자인 주인공의 일기 형식으로 씌여진 이 소설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철학적인 깊이를 지닌 문체로 세기말 한국사회의 맹점을 날카롭게 파헤치면서
글쓰기와 예술에 대한 자의식적 탐구를 정면으로 다룬 메타픽션으로 읽힌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