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제는 사랑의 리퀘스트에서 시청자들의 누선을 자극, 주유 미터기가
올라가듯 사람들의 동정과 연민을 쌓아가는 눈물빛 멜러물이 아니다.

시청자들로부터의 기부가 늘어 갈수록 우리는 사회의 관심지수가 높은
것으로 생각한다.

장애인에 대한 휴머니즘은 보다 현실적으로, 보다 체계적 방법을 통해
추구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은 취업이다.

그러나 생산력 손실, 사회적응력 부족, 편의시설설치에 따르는 비용 등을
떠올리면 장애인 고용은 득보다 실이 많은 비경제적 행위로 여겨진다.

하지만 장애인의 잠재력은 기업의 대차대조표처럼 기계적으로 그 손익계산이
이루어지는 단순 산술의 문제가 아니다.

적성에 맞는 적절한 직업의 선택, 직업기술과 기능의 함양, 사회적응력의
고양, 장애인 고용사업주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혜택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때, 그들 잠재력은 일반인 능력을 능가하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지루하다고 여겨지는 단순 반복작업을 정신지체인들은
집중력을 기울여 리드믹한 작업으로 바꿀 수 있다.

컴퓨터관련 정보기술집약적 산업은 큰 동작이 요구되지 않는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보다 적합한 직종이 될 수 있다.

잠재력 차원만으로 장애인 고용의 필요성을 설명할 수는 없다.

전체 장애인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산재장애인 등 후천적 장애인의 경우,
근무하던 직장에서 그들의 능력을 대신할 새로운 일반인 근로자들을 채용할
경우 장애를 입은 기존의 근로자들을 계속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
비용이 많이 든다는 보고가 있다.

장애인 취업은 이처럼 굳이 눈물에 호소하지 않아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와 근거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객관적 주장과 권리가 보다 강한 힘을 갖고 추진되기 위해서는
장애인 취업을 전담할 공적 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사업주들에 대한
제도적 혜택과 홍보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IMF시대"라 한다.

세살바기 어린애도 이제는 곶감보다 "IMF"라는 말에 울음을 뚝 그칠 수
있는 힘겨운 세상에 살고 있다.

성한 사람도 어려운데 라는 무식한(?)말로 장애인 고용을 뒷전에 둔다면
장애인문제는 눈물에 호소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와 똑같다.

< 김언아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연구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