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 순매수 규모를 급격히 늘렸다.

2일 외국인은 5백54억원어치를 사들이고 2백16억원어치를 처분해 무려
3백3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3백억원어치 이상 주식을 순매수한 것은 외국인투자한도
철폐일인 지난 5월 25일(1천1백38억원)이후 약 40일만의 일이다.

이날을 제외하면 사실상 지난 4월9일(4백87억원)이후 약 80일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외국인 매수주문은 쟈딘플레밍증권 창구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쟈딘플레밍측 관계자는 "이날 하룻동안 1백억원어치정도가 순매수됐다"며
"유럽계 대형펀드에서 매수주문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나머지 2백30억원 가량은 발이 빠른 홍콩계 자금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이날 많이 사들인 주식은 국민은행(2백4만주)신한은행(20만주)
주택은행(16만주)등 선도은행과 대우중공업 한전 삼성전관 등 지수관련
대형주였다.

미래산업 메디슨 등 중소형 우량주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이와 관련, 이남우 삼성증권 이사는 "최근들어 발빠른 펀드들이 기술적
반등을 노리고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고 외국인 투자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날의 외국인 매수세를 두고 추세적으로 한국주식을 사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견해가 많다.

점잖은 장기투자자들은 관망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정준호 대우증권 국제영업부장은 "2일의 돌출적인 매수세가 상당히
인상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같은 추세가 지속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이 크게
줄어 들어든 것이 일부 외국인을 고무시키고 있다.

그러나 원화가 고평가됐다는 인식은 여전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옥성 WI카증권 지점장은 "일본 엔화값이 많이 떨어졌는데도 원화는
별 변화가 없었다"며 "환차손을 우려하는 외국인은 주식매수 자체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들의 채권투자가 늘지 않고 있다는 점과 대기업들이 달러화를
움켜쥐고 있다는 사실은 원화 절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외국인의 주식매수를 주저하게 한다.

정태욱 속젠크로스비증권 서울지점장은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 의지를
외국인이 높히 평가하지만 한국인들이 구조조정에 수반되는 고통과 비용을
견딜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조성근 기자 trut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