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박준규 최고고문의 국회의장 내정설을 놓고 자민련 내부에서 적지
않은 시각차가 표출되고 있다.

박태준 총재를 비롯한 당지도부는 대체로 "박의장 카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구천서 원내총무 등 상당수 충청권 출신들은 김종필
총리서리 임명동의안의 처리가 우선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박 총재측은 국회 후반기 원구성과 총리 인준동의안 처리문제를 연계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한 핵심측근은 "후반기 국회의장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자리인
만큼 의장직을 우리당에서 맡는게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장직과 총리인준안 처리문제는 "빅 딜"할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천서 총무를 비롯한 충청권 초.재선 의원들의 입장은 약간
다르다.

총리인준안 처리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의장직만 덜컥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항변이다.

총리인준안 처리를 위해서는 국회의장직의 야당할애라는 카드도 적절히
사용해야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구 총무는 "국민회의가 자민련을 배려해 주는 것은 좋지만 만에 하나
총리인준 문제가 뒤틀어질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며 "어차피
의장직을 자민련에 할애키로 했다면 "의장직 카드" 활용 재량권은 자민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조만간 국민회의 한화갑 총무를 만나 이 문제를 상의하겠다"
면서 "이같은 주장을 한 총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구 총무 등이 박 최고고문이 의장을 맡는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아니다.

총리인준 문제를 확실히 하고 나서 의장직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박 총재는 이날 박 최고고문의 국회의장 내정설에 대해 "이 문제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아직까지 협의를 하자는 등의 얘기가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박 총재는 "입법부 수장의 문제에 관한 것이라면 여권핵심부에서 무슨
얘기가 있는게 상례인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어떠한 얘기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