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중대한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수십년간 고수해온 신경제정책(NEP)을 전면 재검토키로 한 것.

모든 기업의 대주주를 말레이시아인으로 한정시킨 NEP는 시대착오적
민족차별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마하티르로서는 권력기반이 달려있는
중요한 문제였다.

그가 이처럼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걸고 NEP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경제위기 타개가 절박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증거다.

실제 말레이시아 경제엔 이미 빨간 불이 들어와 있다.

외환위기의 직격탄은 겨우 피했지만 그 파편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우선 말레이시아 링기트화가 여전히 불안한 곡예를 거듭하고 있다.

올 1월초에는 달러당 4.69링기트를 기록해 지난해 최고치 대비 40%이상
폭락했다.

지난 2~5월 다소 안정세로 돌아서긴 했으나 엔화약세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주가지수는 지난해 활황기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수출도 뒷걸음질이다.

외환위기가 인접국들 강타하면서 전체 수출중 27%를 차지하는 아세안 역내
무역이 큰 폭으로 줄어든게 결정적이었다.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시장 회복도 요원하기만 하다.

당연히 경제성장률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7.8%를 기록했던 성장률은 올해 0%대로 떨어져 심각한 경기후퇴가
예상된다.

이미 1.4분기에는 13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1.7%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2.7%이던 실업률은 올해 3.5%로 늘어날 전망이다.

물가상승률도 2.7%에서 7~8%로 급등할 것으로 예측된다.

마하티르 총리는 경제활성화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NEP 폐지를 통해 우선
외국인투자부터 적극 유치할 태세다.

그는 또 39개의 부실금융기관을 8개로 통폐합했고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국영기업 민영화 입찰도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외부적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과 환투기꾼, 더우기 미국 등을 싸잡아
비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강도높은 개혁정책을 밀어부치고 있다.

아세안의 지도자를 자처해온 마하티르 총리로서는 "IMF에 손을 벌릴 수는
없다"는 자존심도 그렇거니와 "절대 "제2의 수하르토"가 되지는 않겠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사실 일부 야당에서는 벌써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연 그가 "IMF에 고개를 숙이기보다 차라리 가난하게 살겠다"는 약속을
지킬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