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케인"은 1941년 오손 웰스감독이 미국의 언론재벌 윌리엄 허스트의
일생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부와 명예만을 좇던 주인공의 파멸을 통해 돈과 권력은 인간의 믿음과
이해를 결코 대신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이 작품은 최근 미국영화계가
뽑은 1백대 영화중 최고작이 됐다.

케인이 잃어버린 시민정신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지녀야 할 책임있는
생활태도와 자세다.

전근대적인 미망이나 비굴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으로서 행동하고, 자신과 이웃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민주주의의 기본틀을 지지하는 의식이다.

미국 시민갱생위원회가 미국의 96년 "시민건강지수"가 72년보다 25%
줄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이같은 지수하락을 막으려면 시민단체가 앞장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TV프로그램 축소에 힘쓰고, 일반시민은 학교와 이웃 가족에게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건강지수"는 시민단체 회원수.정치참여도.정부에 대한 신뢰도.범죄율.
이혼율.혼외출산율 등을 종합해 셈하는 것으로 이 수치의 저하는 냉소적이고
방관자적인 사람의 증가를 의미한다.

측정요소로 볼 때 우리의 시민건강지수는 몹시 걱정스럽다.

6.4지방선거 투표율은 52.6%로 60년 12월 이후 최저였다.

1~3월 협의이혼율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64%, 1~5월 5대 범죄는 10.2%,
경제난을 반영한 강.절도는 22.6% 늘었다.

고발이라는 이름아래 경쟁적으로 방영되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프로그램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신데렐라드라마의 양산은 심각한 정도를
넘어섰다.

수달다큐멘터리 조작사건은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폐해의 일각에 불과하다.

시민의식은 건강한 사회의 뿌리다.

시민 케인의 실패를 본보기 삼아 삶의 좌표를 잃지 않으려 애쓰고,
"시민건강지수"제고방안을 마련하는 정신이야말로 오늘날 미국을 세계의
지도자로 만든 힘이 아닌가 싶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W.훔볼트가 19세기초에 한 말은 지금도
여전히 유용하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직업에 관계없이 성실하고 좋은 인간이며 시민일
경우에만 모두들 좋은 장인 상인 병사 정치가일 수 있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