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교생들은 보기에 안쓰러울만큼 고달프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도시락 3개를 싸들고 7시면 등교한다.

정규수업이전에 자율학습시간을 한두시간 갖고 6~7교시의 수업이 계속된다.

방과후에도 학교에 남아 밤 10~11시까지 보충학습 자율학습을 한다.

말로는 "자유"라지만 실제로는 정규수업의 연장인 자율.보충학습을
합산하면 수업시간은 하루 10~12시간이나 된다.

고교생들에게는 방과후도 밤도 주말도, 심지어 방학도 없다.

한국의 학생들은 초.중.고를 막론하고 세계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한다.

연간 법정수업시간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연간 1천85시간, 중.고생은
1천1백56~1천3백30시간을 학교에서 공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인 6백88~7백60시간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한국의 초.중등교육과정은 필수과목이 초등학교 9과목, 중학교 11과목,
고교 10과목으로 외국에 비해 너무 많다는 것이 교육학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국어 영어 수학의 비중이 90%나 된다.

과목당 수업시간은 외국보다 적은 반면 교과목은 2~3배가 많은 것도 문제다.

불필요한 학습량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다.

이런 교육과정의 모순을 없애기 위해 교육부는 지난1월 오는 2000년부터
시행될 제7차 교육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초등학교부터 고1까지 10개의 필수과목을 이수토록하고 고2~3년부터는
필수과목을 없앴다.

그대신 선택과목을 79개로 대폭 늘렸다.

고교교과목도 17~18개에서 12개로 대폭 줄이고 어려운 내용의 교과는 쉽게
조정했다.

일본의 문부성이 최근 2002년부터 초.중.고교의 수업량을 30% 정도 줄여
주5일 수업제로 개편하고 수업내용도 쉽게 하자는 교육과정심의회의 건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또 실험 관찰 체험 발표 토론의 기본원리를 익히는 "종합적 학습시간"이란
과목을 초등학교 3년부터 신설키로 했다고 한다.

사람을 일정한 틀에 박아 넣으려던 아시아의 교육관이 이제야 서서히
바뀌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도 진지하게 주5일 수업제를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