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재미있는 속성을 갖고 있다.

주변에 온통 악재성 재료만 난무할 때 주가는 오히려 올라가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상승세가 끝없이 이어질 것같은 보라빛 전망이 시장을 뒤덮을 때
주가하락이 시작하기도 한다.

이런 속성때문에 주식투자가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일본 엔화 움직임과 관련, 주가가 폭락과 폭등의 파도에 휘말린 것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엔화의 급등락이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라면 주가가 이처럼 요동을
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장기업의 영업실적 역시 마찬가지다.

크게 호전된 영업실적이라도 막상 발표되고 나면 주가는 잠시 반짝하다
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과거의 주가그래프를 다시 살펴보면 실적이 확정 발표되기 전에
알게모르게 주가가 상당히 오른 경우가 흔하다.

이런 현상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에 "세상에 널리 알려진 악재는 더이상
악재가 아니다"는 얘기까지 생겼다.

요즘 증시주변을 살펴보면 사실 호재성 재료는 찾기가 쉽지않다.

반면에 악재는 무수하게 널려있는 편이다.

주식시장의 기본재료라고 할 수 있는 경제상황이 그렇고 정치판이나
실업문제를 비롯한 사회여건도 어렵기 짝이 없다.

증시의 큰손인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같은 당장의 증시여건만 생각해 비관론에 휩싸이거나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현재의 증시여건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또 앞으로 더 큰 새로운
어려움이나 대형 악재가 등장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월을 기다리다 보면 "주가가 싸졌다"는 바로 그 점이 호재역할을
해 상승폭이 휠씬 더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악재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앞서가는 마음으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

이런 태도가 성공투자의 원동력이라는 점을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

< 조태현 증권전문기자 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