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은행들의 불량채권 공개범위를 둘러싸고 중앙은행인 일본은행과
대장성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대장성은 현 수준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인 반면 일본은행은 보다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야미 마사루 일본은행총재는 최근 "불량채권을 자발적으로 공개해야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일본의 금융시스템을 되살릴 수 있다"며
불량채권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달리 마쓰나가 히카루 대장상은 지난 주말 TV에 출연, "일본
은행들의 불량채권 공개는 이미 국제기준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면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측 수뇌부의 이같은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갈등의 촛점은 불량채권을
어느 범위까지 공개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현재 일본 은행들은 이미 파산한 기업에 나간 "회수불능 채권"과
"회수의문 채권"만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비해 일본은행은 경영이 악화된 기업 등에 대출된 "요주의 채권"까지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은행 측의 기준을 택할 경우 50조엔 이상이 공개대상에 추가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은행들의 경우 요주의 채권의 공개가 의무화돼 있지는 않지만 많은
은행들이 "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관행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에대해 일본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단순한
"의무이행" 이상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도 일본의 은행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한편 일본은행의 이같은 입장은 미국측으로부터도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일본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부실금융기관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며 불량채권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일본의 은행들은 "불량채권 공개대상을 확대할 경우
여신업무가 더 위축돼 경제난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