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중국방문은 아시아
금융위기와 인도.파키스탄 핵실험, 한반도의 긴장완화 등 아시아정세의
격동속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우리의 각별한 관심을 끈다.

지난 89년2월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방중이후 9년여만에 이루어지는 이번
미국 대통령의 중국방문은 지난해 10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을 띠고 있어 양국관계는 이번에 비로소 완전하게 복원되는
셈이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정상화에 그치지 않고 21세기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양국관계를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끌어올리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금융위기및 인.파 핵실험 등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문제에는
공동대처가 가능하지만 시장개방 첨단기술이전 대만문제 등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이견조정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양국관계는 당분간
"현실적 동반자관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우리가 이번 미.중정상회담을 주목하는 보다 현실적 이유는 우리에게
직접 관련이 있는 아시아 금융위기와 한반도문제가 깊숙이 논의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문제는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사안이다.

지난주 중국 지도부가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시사하는 잇단 발언을 통해
엔화 급락을 막기위한 미국의 시장개입을 끌어낸 것은 앞으로 아시아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짐작케 해준다.

아시아의 경제적 안정이 양국의 이익에도 합치된다고 볼때 양국은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막기위해 강력한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들리는 바, 중국은 위안화를 평가절하 하지 않는 대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문제와 최혜국대우(MFN)의 연도별 심사 철폐 문제 등 주요 경제현안에서
미국측의 대폭적인 양보를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의 WTO가입은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미국과의
무역에서 연간 5백억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이 영구적인 최혜국대우를
요구한다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경제문제를 떠나서도 미국과 중국은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논의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북한의 핵문제와 4자회담 등 한반도문제와, 대만해협을 미.일방위협력의
범위안에 포함시킨 미.일 신안보조약도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양국 정상은 한국 신정부의 대북정책이 달라졌다는 전제아래
앞으로의 한반도정책을 조율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국제문제 역시 경제문제와 마찬가지로 소리를 떠나 지역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이견조정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과, 새롭게 지역 강대국의
위치를 굳히게 된 중국이 자신들의 지위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