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위십이지장궤양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위십이장궤양이 스트레스와 음식으로 위산이 과잉분비돼
일어난다고 믿었다.

위산이 소화기점막을 헐게해 궤양이 생긴다는 것이 정설이었으므로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약이 주된 치료제였다.

학생시절에 무산이면 무궤양이라며 위산이 나오지 않게 위를 절제하는
수술의 필요성을 강의하신 교수님의 말씀이 새삼 틀린 사실이 돼버린 것이다.

지난 82년 외국의 한 의대생이 십이지장궤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위에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p)라는 세균을 발견한후 몇년되지 않아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 세균을 항생제로 박멸하면 위십이지장이 깨끗이 나아질뿐만 아니라
궤양의 고질적인 재발도 막아진다는 사실이다.

처음 이런 사실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십여년에 걸친 장기간의
연구끝에 일관되게 입증돼 항생제요법이 궤양치료법의 주류로 등장하게 됐다.

세균에 의해 궤양이 생긴다는 사실은 환자들에게 다행이다.

위십이지장궤양은 약을 복용하면 치료가 잘되지만 1년안에 반수 이상이
재발되기 때문에 "한번 궤양은 영원한 궤양"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재발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위산분비억제제를 복용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Hp는 이제 위암발생과 깊은 연관이 있고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45세이상의
환자는 Hp가 양성으로 판명되면 내시경을 받지 않고 바로 항생제요법을
받아야 한다는 치료지침이 구미학회에서 채택됐다.

이같은 혁명적 치료지침의 변화는 구미에서 위내시경검사비가 5백달러로
우리나라에 비해 25배가량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Hp가 소화기궤양의
확실한 원흉이라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위암환자가 많고 내시경검사비가 파격적으로 저렴하므로
위내시경검사를 받고나서 위암발병여부를 확인한후 약물치료에 들어가는게
좋다는 생각이다.

Hp의 항생제 박멸요법은 소화기궤양의 재발을 막을 수 있어 기존
약물치료보다 경제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위암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두가지이상의 항생제와 위산분비억제제를 동시에 2주간 복용해야
치료율이 높다.

이런 삼중요법은 다량의 항생제를 복용해야 하므로 처음에는 오히려
위장증상을 악화시켜 중간에 복용을 포기하는 환자들이 생기기도 한다.

드물지만 항생제에 의한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더욱 복용하기 간편하고 박멸률이 높은 항생제요법의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Hp 항생제요법은 몇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한국인의 Hp 감염률은 60~80%로 추산되나 양성이라 하더라도 소화기궤양이
없으면 항생제요법이 필요없다.

둘째는 Hp 검출검사가 값싸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값싼 항생제로는 Hp의 박멸이 어렵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Hp
변종이 많이 출현했다는 점이다.

소화기궤양의 항생제치료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복잡한 이유가 걸려있어
소화기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하다.

아울러 Hp는 입을 통해 감염되므로 청결한 개인위생관리가 요구된다.

최명규 교수 <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내과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