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현 < 고려대 교수 / 경영학 >

오늘 퇴출기업 명단이 발표됐다.

이와 관련 사업매각, 빅딜 등 많은 구조조정 관련 기사들이 여러 언론매체
를 통해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이고, 어떤 관련성을 가지며, 어떤
목적하에서 추진되고 있는지 일반인들이 알기에는 분명치 않고 일견
혼란스럽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이란 기업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자발적
인 기업의 생존전략이며 기업구조조정의 목표는 기업수익성 향상을 통한
기업가치의 극대화에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기업들,특히 재벌들의 구조조정은 IMF의 요구로부터
출발한 일종의 강제적 구조조정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핵심은 크게 기업의 사업부문을 결정짓는 사업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한 구조조정과 경영효율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사업부문 구조조정은 기업이 현재나 미래에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사업부문을 선정하고 그곳에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역량 등 기업자원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행해진다.

이러한 핵심사업부문에서 제외된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사업매각이나 자산
매각, 청산 등을 통하여 정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오늘 발표된 퇴출기업들이 이러한 한계사업부문의 예일 것이다.

또한 이른바 빅딜도 사업부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서 특정기업이 경쟁력있는
기업에 서로 넘겨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사업부문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업지배 및 소유구조의 개선, 비지니스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 고용조정
등이 이러한 경영효율성 향상 구조조정의 핵심내용들이다.

즉, 성과급도입, 사외이사제 도입과 같은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을 통하여
경영자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와 규율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경영효율성을
높일수 있으며 고용조정과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 등을 통하여 생산성과
원가구조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업구조조정의 원칙과 내용들로 미루어 볼때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기업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몇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첫째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기업구조조정의 핵심목표는 수익성 향상을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에 있는 것이지 사업부문의 숫자(재벌의 경우 기업의 숫자)
나 기업의 크기가 그 목표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만약 어떤 기업이 열개 분야에서 현재 및 미래에 경쟁력이 있고 기업의
자원이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다면 그 기업에게 최적의 사업구조조정은
이러한 10개 사업부문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재벌(기업)에 대해 기업수(사업부문수)를 4-5개로 일률적
으로 줄이라는 것은 해당 재벌이나 기업의 가치를 오히려 파괴하는 것이다.

둘째, 한국기업의 구조조정은 기업이 아니라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재벌이나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소극적이고 마지못해 하는 결과일
수도 있고 혹은 정부가 가시적 정책결과에 대해 너무 서두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약 재벌이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라면 이는 자살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구조조정은 기업이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행하는 경쟁력향상 전략이다.

한국재벌들의 사업부문중 국제경쟁력을 가진 부문은 몇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세계 금융계및 산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라는 점을 고려할때 구조조정은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국제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만약 정부가 너무 서두르고 있다면 이 또한 여러가지 측면에서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주거래은행을 통한 기업의 강제적 구조조정 혹은 정치권에 의한 강제적
빅딜 등은 한국기업들의 가치를 파괴할 수 있는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은 단시간내에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정부는 인내를 가지고
기업들이 적절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유인책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