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순위 30대그룹 가운데 부실판정을 받는 계열사가 한군데도 없는 그룹은
모두 14곳이다.

한진 금호 롯데 대림 두산 한솔 코오롱 동국제강 동부 아남 동양 대상
강원산업 새한 등이다.

한라와 진로도 퇴출기업은 없다.

그렇지만 14개 그룹과 같은 범주로 분류하기는 힘들다.

한라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미국 로스차일드와 자산매각을 추진중이다.

진로는 경영권 행사가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5대그룹도 단순히 부실기업 보유그룹으로 보기는 어렵다.

20개 부실기업은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 천명차원에서 선정됐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부실기업이 없는 14개 그룹들은 우선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30대그룹을 부채비율 순서대로 세워 놓으면 쉽게 알 수 있다.

부채비율 4백30% 이하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부실판정의 기준은 역시 재무구조였던 셈이다.

부실기업 판정발표를 앞둔 18일 오전 롯데 등 일부그룹이 여유를 보인 것은
재무구조 건전성을 바탕으로한 자신감 때문으로 여겨진다.

물론 부채비율이 높은데도 부실기업 판정에서 빠진 그룹도 있다.

한진 금호 아남등이 여기에 속한다.

사업분야 특성이 감안된 때문이라고 해당 그룹들은 설명하고 있다.

한진과 금호는 항공운송산업이 주력이다.

항공기를 사들이려고 차입한 외화자금이 상당하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외화차입금이 그룹의 부채비율을 높였다는 주장
이다.

한진과 금호는 항공기의 환금성을 들어 높은 부채비율이 큰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을 펴왔다.

아남그룹은 아남전자가 미국 글로벌커넥션과 2억달려 가량의 장기수출계약
을 맺었고 부채 대부분이 장기저리 시설자금이라는 점이 감안됐을 거라는
추측이다.

아남반도체가 반도체부문 최고 역사를 지닌 업체라는 사실도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미리 매맞은 곳도 이번 부실판정에서 제외됐다.

진작부터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중인 두산그룹이 대표적인 예이다.

두산은 23개인 계열사를 4개사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OB맥주와 두산씨그램 지분을 팔아 외자를 유치하는 방안도 상당폭 진척되고
있다.

이밖의 그룹들은 보수적인 경영스타일이 인정돼 부실판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곁가지 사업보다는 주력업종에 치중했고 사들인 부동산도 적다는 점이
감안됐다는 것이다.

코오롱 새한 대상등은 이같은 범주로 분류되고 있다.

상호지급보증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 계열사 한곳을 손대면 줄줄이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그룹이 빠졌다는 소문도 있다.

이들은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조사등을 거치며 충격완화를 한
뒤 구조조정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 14개 그룹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나 부실기업 추가판정에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한 그룹 관계자는 "이번 발표로 본격적인 구조조정 신호탄이 올랐다"며
"부실판정에서 제외된 그룹들로서는 강도높은 자체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그룹 관계자는 "2차 퇴출기업 판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돼 이번에
제외된 그룹들의 부담은 더욱 크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퇴출기업이 없는 그룹들도 구조조정이나 외자유치 노력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