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힘찬 스윙과 함께 푸른 창공을 가르는 백구.

IMF시름을 백구에 실어 스탠드 너머로 날려 보낸다.

"동남은행"이란 네 글자가 새겨진 파란 유니폼을 입고, 녹색그라운드에서
거친 숨결을 토해내는 부원들에게서는 과거 만주벌을 호령하던 고구려인의
힘찬 기상이 배어난다.

동남은행 야구부는 금년초 IMF의 거센 파도에 자칫 좌초할 뻔 했었다.

그러나 창단을 주도했던 야구광들의 오기와 동호인들의 격려, 그리고
임직원들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제2의 창단을 했다.

야구부는 동남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을 기치로 설립된 이듬해인 91년 야구를
좋아하는 순수 아마추어 20여명이 의기투합, 창단했다.

출범초기 30대초반의 날렵한 몸매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던 선배들은
이제 배가 불룩한 오리형 체형으로 변했다.

그러고도 선발진입을 호시탐탐 노리지만 신진 부원들의 월등한 기량에
슬그머니 벤치로 물러 앉고 만다.

하지만 "우등상은 못 받아도 개근상은 받겠노라"며 매경기 빠짐없이
참여하는 열정은 후배들을 능가한다.

스탠드는 고사리손을 잡고 나온 부원 가족들의 응원열기로 뜨겁다.

창단초기 유모차에서 재롱 부리던 아이가 이젠 초등학생이 되어 아빠를
응원한다.

남편의 힘찬 스윙때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는 아내..., 부원
가족들이야말로 야구부 최고의 후원자이다.

올해 우리 야구부엔 하나의 목표가 있다.

중위권에 맴돌고 있는 리그성적을 상위권에 진입시키는 일이다.

군에서 갓 제대한 국방부 공인 선발투수 김응찬 행원, 자칭 신세대 거포
김한성.엄석민 행원, 중계동의 쌍두마차 정삼택.조관희 행원, 천리길
마다않고 구장을 찾는 원조 야구광 유혁재 수원지점 행원, 올시즌 첫
그라운드홈런의 공갈포 장길수 대리 등.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다양한 선수들을 내세우고, 야구를 사랑하는
임직원과 부원 가족들의 열띤 응원이 어우러진다면 올 목표는 반드시 달성될
것으로 본다.

이순석 < 동남은행 천호동지점대리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