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연이틀동안 16.25%나 올랐다.

그동안 주가하락을 이끌던 두 개의 골치덩어리가 한꺼번에 해소된 덕택이다

퇴출기업의 명단이 공개됐고 엔화도 1백30엔대에 재진입하는 강세를 보이며
폭발적 매수세를 불러 일으켰다.

이같은 주가 동향을 두고 대부분의 증시전문가들은 장세전환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증시를 짓누르던 기업퇴출이란 "악령"이 사라졌다는 점이 첫번째
근거로 꼽힌다.

서명석 동양증권 차장은 "최근 1~2개월 동안 부실기업으로 거론됐던 많은
기업들이 퇴출이라는 악몽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단기낙폭이 컸던 이들
종목이 오를 가능성이 커 전체적인 시장분위기가 강세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문 대한투신 이사도 "퇴출기업의 윤곽이 드러나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제거됐다"며 "부실부문에 대한 투자가 중단되고 자금공급의 효율성이
높아져 주식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엔화 가치의 급락 가능성이 약해졌다는 점도 장세반전론에 무게를 더해 주고
있다.

지난 16일 달러당 1백46엔까지 떨어졌던 엔화가치는 17일 1백43엔대로,
18일엔 다시 1백30엔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일본 외환당국이 엔화가치 급락을 막겠다고 공언한데다 미국도 공조체제를
펴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미일간의 조율된 입장이 나온만큼 엔화 가치가 더이상
급등하기도 어렵지만 급락도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증시의 향방을 가늠하는 각종 지표도 장세반전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18일 종합주가지수는 장중내내 320~330선을 오르내리며 25일 이동평균인
330선에 바짝 다가섰다.

그동안 5~8%에 이르던 괴리율이 크게 좁혀졌다.

고객예탁금도 1조7천6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지난16일 1조7천9백억원으로
증가했으며 17일에는 1조8천억원대를 회복했다.

현물움직임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선물도 최근 연이틀 올라 장세반전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이틀간 45포인트에 이르는 급등으로 일부에선 경계론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적극 매수에 나서지 않는다는게 대표적인 지적이이다.

김극수 대우증권 시황팀장은 "18일 외국인 순매수는 개장 직후 54억원이
가장 많았으며 이후엔 매도가 늘어나는 추세였다"며 "7~8월 구조조정을
남겨둔 금융기관들도 적극 매수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상승장세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헤지펀드가 외수펀드를 환매하고 있고 아시아 리저널 펀드가
이머징 마켓에 대한 비중축소에 나선 것도 상승장세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한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자금은 한번 매도하겠다고 결정하면
몇달이고 지속적으로 파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 외국인 매도가 초기국면으로
관찰되는 만큼 외국인이 매수로 돌아서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발표된 퇴출기업 대상이 기대에 그다지 부응하지 못한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황창중 LG증권 책임조사역은 "퇴출대상에 대기업은 거의 제외됐으며
상장기업도 10개사에 불과에 외국인이 실망하는 분위기"라며 "보다 적극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기대했던 많은 외국인들이 당분간 실망매물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뭏든 한국증시를 결정지을 두 가지 큰 변수가 가닥을 잡았다.

앞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으로 이어진다는 이들도 있고 단기적으론 조정장세를
점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지난 3월초 이후 3개월 반동안 지루하게 계속된 바닥찾기는 이로써
끝난게 아니냐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