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양국이 엔화약세저지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총리는 17일 긴급통화에서
급락하는 엔화를 공동 방어키로 합의했다.

미국은 이에 앞서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을 일본에 급파하기로 했다.

미국이 더이상 엔화약세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미국의 이같은 갑작스런 태도변화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우선 지난 1주일여동안 엔하락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점을
꼽는다.

지난주초 1백40엔이 무너진후 이번주초 1백50엔선마저 위협받자 미국도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단기간내 급격한 환율변동은 국제금융시장에선 가장 나쁜 징조다.

장기간에 걸친 점진적인 변동과는 달리 국제금융시장을 파국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미국은 달러당 1백50엔을 내심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선이 너무 쉽게 공략당하자 부랴부랴 대책수립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점도 미국의 변화를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며칠 사이에 중국경제가 지나친 엔약세의 악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중국관리들의 발언이 잇달았다.

그러자 국제금융가에서는 이를 "위안화 절하를 위한 중국의 명분쌓기"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미국이 위안화 절하를 우려, 태도를 바꾸게 됐다는 해석이다.

이번주들어 중국과 홍콩 대만 유럽연합(EU)이 환율안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는 등 국제사회의 압력이 높아진 것도 미국입장변화에 일조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단 서머스 부장관의 방일소식만으로도 엔은 달러당 1백42엔까지 회복됐다.

또 미.일 양국정상간에 엔화약세 저지에 대한 합의소식으로 런던외환시장
에서 엔화는 달러당 1백38.75엔까지 급등했다.

이번 서머스 부장관의 방일에서는 일본의 경기부양책, 시장공동개입,
금리조정문제 등 다양한 엔회복방안들이 거론될 전망이다.

특히 클린턴대통령이 엔화약세 방어에 공동 대처키로 한 만큼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될것으로 보인다.

서머스 부장관은 무엇보다 일본측에 영구적인 감세조치 등 강력한 내수
확대책을 주문할 것이 분명하다.

과감한 은행개혁과 시장개방확대 촉구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이에대해 일본은 미국의 협조시장개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일 양국이 엔화방어에 공동으로 나서기로 함에 따라 엔화 환율은 급속히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함께 일본이 감세조치를 영구화하고 양국이 금리협조(일본 인상, 미국
인하) 방침도 밝히게 되면 엔은 단기적으로 1백30엔 내외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시장관계자들은 "서머스 부장관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확실하지 않지만 엔화 방어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며 "엔환율은 급속히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