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젊은 경제관료들에게서 밝은 미래를 확인한 것은 외환위기 수사에서
얻은 하나의 결실입니다"

외환위기 수사를 담당했던 대검 중수부 이승구 2과장(부장검사)이 검찰
소식지인 검찰가족 6월호에 "터널을 빠져나와서"라는 기고를 통해 수사의 변
을 밝혔다.

"환란에 대해 누구하나 내 책임이요 하면서 진정으로 반성하는 사람이 없고
책임질 지위에 있는 사람은 변명에 급급했다"며 개탄했다.

"당신들이(강경식 김인호씨) 우리 경제 펀더멘탈이 좋아 외환위기가 없다고
대통령이나 국민에게 큰 소리친 이유가 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고 이 과장은
밝혔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외자유치가 어려울 것 같아 "립서비스"한 것"이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들은 이 과장은 이들이 과연 경제정책 최고책임자였는지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장은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해 재경부 한국은행 실무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시작하면서 미래에 대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경제전반에 대한 뚜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윗사람의 묵살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상황분석에 바탕해 여러차례
외환위기를 경고하는 등 프로정신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런 이들이 경제관료로 대성하는 날 우리나라의 장래도 무척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나름대로 느낌을 피력했다.

"그것은 긴 터널 이었다"며 수사초기의 어려움을 털어놓은 이과장은 지금
에서야 지나온 길을 되볼아볼 여유가 생겼다"고 글을 쓰게된 동기를 밝혔다.

"노련한 항해사는 먼 바다의 불빛과 바람방향 등을 잘 살펴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지 않는가. 그들이(강경식.김인호씨) 외채현황 외환보유고 등 갖가지
정확한 경제통계자료를 움켜쥐고 우리에게 알려주기라도 했던가"라며 이
과장은 글을 맺었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