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우 전총리는 "정부내에 경제구조조정의 구심체가 있어야 한다"며
옛 경제기획원의 기능과 부총리제를 복원할 것을 건의했다.

남 전총리는 17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의 주최로 상의회관에서 열린
"오늘의 경제위기 올바르게 대처하고 있는가"란 주제의 경제정책대토론회에
기조연설자로 참석, 이같이 밝혔다.

또 부실기업정리를 위해 "기업갱생공사"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강연요지를 간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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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부문이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이제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에 본격 나설 단계에 온 것이다.

그러나 말만 무성할뿐 구조조정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이 구조조정을 가로막는가.

부실채권, 은행주식, 기업 등 3가지 종류의 자산을 팔기 어렵다는
현실이다.

이를 시장에서 팔아야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는데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게
문제다.

<>부실기업정리=기업을 팔자니 사는 사람이 없다.

가지고 있자니 금융기관과 정부로부터 냉대가 쏟아진다.

사회적 지탄도 피할 수 없다.

이 문제를 원할히 해결하는 방안은 없을까.

한가지 방법을 제안해 본다.

먼저 금융계 정부 세계은행 또는 외국 금융기관이 출자하는 "기업갱생공사"
란 지주회사를 설립한다.

이를위해 성업공사를 확대 개편할 수도 있다.

금융기관은 미리 정한 기준에 따라 구제불능으로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
대출을 중단하고 해당기업은 청산절차를 밟는다.

회생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은 기업주가 기업을 스스로 처분하던지
아니면 갱생공사에 매도토록 종용한다.

금융기관은 어차피 대출을 계속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업주는 파는 것외엔
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다.

갱생공사와 부실기업은 부실기업의 자산과 부채를 종합, 투명한 방법으로
싯가를 평가해 매매가격을 결정한다.

만약 순부채가 자본금을 초과하면 감자 조치를 취하고 극단적인 경우엔
무상매매도 할수 있다.

갱생공사는 지주회사로서 매입한 부실기업 경영자를 선임, 구조개선을
추진토록 한다.

채권 금융기관은 인수기업에 대한 채권 일부 혹은 전부를 출자로 전환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구조조정의 실적을 감안, 협조융자를 할수 있다.

부실기업의 새로운 경영진은 보다 안정된 재무상태하에서 기업경영개선을
꾀한다.

금융기관은 경영이 정상화될 경우 증권시장에 주식을 매각, 채권을
회수한다.

새로운 자본주와 경영주체가 기업을 인수, 운영토록 하는 것이다.

이같은 모델을 따르면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피하고 기업을 살릴 수
있다.

<>부실금융기관처리=우선 산업자본과 금융분리의 원칙을 지향해야 한다.

금융과 산업간의 유착관계가 경제위기를 초래한 구조조적 요인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둘째 금융 현대화를 위해선 외국 금융기관과의 합작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외국 투자가들은 먼저 부실은행의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조와 노동법을 걸림돌로 여기고 있다.

셋째 은행을 서로 합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냐 하는 것이다.

물론 이번 기회에 부실한 군소은행은 합쳐야 한다.

그러나 큰 은행을 합칠 경우 과도적 혼란이 우려된다.

한국의 문화적 토양에서 합병후에 파벌적 내분이 계속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외국은행과 내국인이 합작으로 지주회사를 세우고 그 산하에 부실은행을
흡수한뒤 제각각 거듭하게 하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최근 김우중 회장이 내외 합작으로 선도은행 설립을 제시했다.

그것을 여기서 말하는 지주회사 개념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
하다.

대신 대기업들이 외국은행과 공동으로 출자한뒤 경영권은 갖지 않고
나중에 주식을 판다는 보장이 따라야 한다.

대기업이 거액의 출자금을 댈수 없다면 우선 정부나 한국은행이 출자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만 하다.

합병에 따르는 번잡과 엄청난 혼란을 감안한다면 이 방식이 조속하고
손쉬운 금융정상화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부실채권정리=금융기관이 정상기능을 회복해 대출을 기피하지 않으려면
몇가지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먼저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을 말끔히 정리,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일이다.

부실채권을 정리하려면 담보물이나 기업을 팔아야 한다.

그러나 과연 이 시기에 얼마나 많은 투자가들이 달려들지 의문이다.

설령 부실채권을 정리한다고 해도 금융기관에는 엄청난 매각손실이
발행한다.

금융기관이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증자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증권시세가 바닥을 헤매는 이 시점에 은행의 주식을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외국은행에 팔려고 내놔도 기존 부실상태를 그대로 두고서는 찾아오는
외국은행이 많지 않다.

과연 부실채권과 은행주식을 사줄 주체는 없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정부밖에 없다.

결국 재정자금으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매수하고 이에따른 자본잠식을
보충하기 위해 증자지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또 파산은행의 예금을 대불하는 일도 정부의 몫이다.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더 큰 불행을 막기 위해 국민들은 재정투입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과연 엄청난 재정부담을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우선 정부가 추진중인 64조원의 공채를 발행할 경우 모두 국민부담으로
귀착되지 않느냐 하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이론상으로 부실채권정리기금이 발행하는 채권은 부실기업을 매각한
돈으로 갚으면 된다.

증자를 위한 채권발행은 정부가 나중에 주식을 팔아서 갚을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일이 뜻대로 되면 국민부담은 남지 않는다.

다만 파산금융기관의 예금대불의 일부는 회수가 불가능할 것이다.

채권의 이자지급은 정부의 몫이 되므로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 된다.

정부는 이같은 재정부담을 올해 3조5천억원, 내년에는 8~9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부실채권정리와 금융기관 정상화가 늦어지면 이자부담은 내년
이후에도 계속 누적된다.

따라서 국민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올해 예산규모가 74조원으로 이중 5~10%에 해당하는 재정부담 증가는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결국 세출삭감과 세입증대가 요구된다.

아무래도 국방비를 포함한 세출면에서 대통령은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것 같다.

<>정부의 역할=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에는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과도기적 요청일 뿐이다.

구조조정의 근본목적은 금융의 자립을 실현하는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구구조정의 기본원칙을 세우고 고수해야 한다.

기업과 금융의 투명성을 추구하고 주주 경영진 채권자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 구조조정 비용을 분담시켜야 한다.

정치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현실을 호도하는 정책을 택해서는 안된다.

맺고 끊는 결단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반면 현실을 무시한 정책은 좌절로 끝나기 마련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행이 보장되는 확실한 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

정부안에 구조조정 업무의 중심체가 있어야 한다.

경제기획원의 기능과 부총리제를 복원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