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퇴출기업 선정작업은 막판에 이르면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로비에 힘입어 퇴출대상에서 회생가능기업으로
살아나기도 했다.

특히 16일 저녁과 17일 오전중엔 금감위가 5대그룹 퇴출대상 계열수를
아예 할당, 퇴출기업 선정작업은 "숫자맞추기"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따라 일부에선 공정성과 객관성을 결여한 퇴출선정이라며 잣대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

<>. 대부분 은행실무자들로부터 일치감치 퇴출대상으로 분류됐던 일부 5대
그룹 계열사의 경우 주채권은행의 노력과 기업측의 압력으로 극적인 회생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기업 구조조정에 관해 강도높게 비판한 후인 16일오후부터
분위기가 달라지며 다시 퇴출리스트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 1~2개 기업은 끝까지 살아남는 "파워"를 과시했다.

<>.최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H그룹은 주채권은행의 변덕스런 입장
때문에 생사가 오락가락했다.

주채권은행은 이 기업을 처음에 살리겠다고 했다가, 퇴출시킨다고 입장을
바꿨다가, 다시 끌고가기로 수시로 방침을 번복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회생가능성만을 따지기보다 윗분들의
눈치를 살피는데 급급하다는 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협조융자를 받은 한 기업은 부실판정 초기부터 퇴출대상으로 확정돼
협조융자의 적절성에 관해 심각한 의문을 낳게 했다.

한 관계자는 "해당기업의 퇴출이 발표되고 부도를 낼 경우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퇴출기업으로 분류됐다는 눈치를 채고 살기위해 몸부림을 쳤으나
대세를 막을 순 없었다고.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