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기업 명단이 공개되자 해당 그룹은 무척이나 당황하는 모습이다.

일부는 이미 퇴출 대상으로 거론되던 기업들이지만 상당수가 퇴출을 피하기
위해 피나는 자구노력을 펼쳐 오던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일부기업은 외자유치 협상을 벌이던 곳도 있어 명단공개가 매각협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는 현대알루미늄과 현대리바트가 포함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크게
서운해 하는 눈치다.

현대는 알루미늄 섀시업체인 현대알루미늄을 살리기 위해 고려산업개발과의
합병을 추진해 왔다.

이미 지난 10일 합병주총을 갖고 합병날짜를 8월 11일로 잡아놓은 상태다.

현대리바트도 그동안 울산공장을 폐쇄하고 생산시설을 용인공장으로 단일화
하는 등 대대적인 자구노력을 펴왔다.

특히 현대리바트가 상장사라는 점이 고민이다.

삼성도 현대와 사정이 같다.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삼성시계 이천전기 한일전선을 살리기 위해 그동안
대규모 증자를 단행하고 부채상환에 나서는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삼성시계에 대해서는 1백%이상의 증자를 실시하겠다고 자구계획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고 이천전기는 최근 주거래은행인 한일은행 차입금을 거의 상환
했다.

LG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LG전자부품이 지난 3년간 연속 적자를 보이기는 했어도 일본 알프스전자와
합작관계를 청산한뒤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거쳐 경영이 호전되고 있다며
섭섭해 했다.

대우와 SK는 대체로 정리하려던 기업들이 포함됐다는 분위기다.

특히 SK의 경우 이미 40여개의 계열사를 10여개사로 줄인다는 발표까지
했었다.

다만 기업들이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구조조정의 역효과
를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