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행한 빅딜 관련 발언으로 현대 삼성
LG그룹중 어느 쪽이 막판에 빅딜 합의를 뒤집었는지에 정.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현재 이해당사 3개 그룹중 공식적으로 "빅딜합의가 있었다"고 확인한
그룹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빅딜 합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부분은 정부와 3개 그룹간에 빅딜 합의정도에 대한 시각차가 있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합의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정도지 합의를 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할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해석하면 끝까지 버티던 한 그룹이 막판에 자사의
입장을 바꿔 현대와 삼성, LG그룹간에 3각 빅딜 합의가 이뤄졌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이후에 다시 한 그룹이 자신의 입장을 번복, 빅딜이
깨졌다는 것.

삼성그룹의 경우 자동차를 현대에 넘기는 대신 LG의 반도체를 받아들이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그룹총수가 자동차에 대해 아직도 집념을 버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어서 막판까지 이 방안에 대해 완강히 저항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삼성그룹은 그러나 "이에 관해 어떤 내용이라도 공식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누군가가 번복을 했다면 자사가 아닌 딴 그룹일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LG그룹 역시 반도체가 그룹 주력사업 분야로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온데다 최근 빅딜과는 방향이 다른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외자유치에
주력해온 사실이 밝혀져 "빅딜 반대 기업"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들 그룹에 비해 현대의 입장은 비교적 느긋한 편이다.

현대는 김 비서실장의 발언 이후 다른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빅딜 논의
참여사실을 부인했으나 다른 그룹들보다는 강도가 낮았었다.

현대는 그러나 2세들간의 재산분배가 사실상 끝나 빅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석유화학을 다른 기업에 내주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빅딜을 반대
했으리라는 추측도 낳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빅딜을 반대했던 기업이 어떤 기업이든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압박감을 안겨줄 것이며 앞으로 기업활동
에도 유.무형의 불이익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