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교수의 해법 '구조조정 이렇게 하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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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성장의 길을 질주하기 시작한 1961년이후 작년까지 만 36년이
흘렀다.
한국이 일본의 압제 밑에서 고생한 34년 11개월 반보다도 1년 반 더 긴
이 기간 동안, 한국은 절대빈곤의 후진국에서 개도국 중진국으로 발전하면서
선진국으로 향한 길을 숨가쁘게 달려 왔다.
경제규모는 GNP 기준으로 21억달러에서 4천3백74억달러로 2백8배 증가
하였고, 1인당 국민소득은 82달러에서 9천5백11달러로 1백16배 증가했으며,
실질 성장률로는 연평균 약 8.3%씩 상승하였다.
이 기간 동안 한국경제는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해가 한번 있었다.
1980년에 6.2%만큼 경제규모가 감소한 것이다.
이 당시 한국경제는 국내외에서 동시에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었다.
해외에서는 1979년 가을에 일어난 제2차 석유위기에서 비롯한 세계경기
침체가 수출시장을 위축시켰고, 국내에서는 같은 해 부마사태에 이은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과 12.12 쿠데타 이후 발생한 정치적 불안이 결국 1980년
으로 들어와 5.18 사태로 치달으면서 내수시장과 기업의 투자를 극도로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후 한국경제는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간 해가 한번도 없을 정도로
꾸준하게 성장해 왔다.
다만 올해들어 경제가 침체국면을 맞이하고 있고, 그 결과 5월말 기준
경제성장률이 -3.8%로 떨어졌다.
정부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로 예측하고 있으나, 기업투자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보다 더 내려가리라는 예감이 든다.
그러나 GNP기준 경제규모가 1981년의 6백71억달러에서 6.5배 커졌고,
수출규모는 2백12억달러에서 1천3백61억달러로 6.4배 증가했으니, 그 당시
경제보다는 지금 경제가 여러가지 면에서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이 1980년과 1998년의 경제지표만을 비교하면 이번 경제위기가 18년전
보다는 훨씬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그 때 경험하지 못한 대량 실업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5월말 기준으로 우리 경제는 실업자 1백43만명, 실업률 6.7%라는 과거
어느때에도 경험하지 못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물론 1929~33년의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당시에 미국에서 보였던
25% 실업률, 제2차대전 직후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에 나타났던 30%대의
실업률, 80년대초 IMF 구제금융을 받은 터키의 40% 실업률, 그리고 경기
회복세에 있음에도 영국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10~20%의 실업률을 나타내고
있는 서유럽국가들에 비한다면 이 수치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경제위기에서 가장 고생을 많이 하고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계층은
역시 일반 대중이고,특히 실업자이다.
앞으로 실업자가 지금 수준에서 얼마나 더 늘어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한국경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력
감축을 계산해 보면 현실적인 결론이 나온다.
미국은 경쟁력이 일본 기업 수준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던 10여년전에
생산성을 회복하기 위해 1979~95년 사이에 4천3백만명의 직장인을 해직했다.
이 숫자는 미국 노동인구 1억4천만명의 30.7%로서 공교롭게도 연초에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30%의 고통분담을 하자고 호소한 미율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만일 오늘날 한국의 경쟁력이 과거 미국의 경쟁력과 같은 수준이라면
한국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 노동인구인 2천1백만명의
30%인 6백30만명이라는 정리해고 대상인력이 나온다.
이 숫자는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실업자 수의 4.3배에 달하는 규모다.
물론 이 많은 해고 인력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 기업이
생상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구조조정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감축해야 할
연 인원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생산성을 회복하고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 기업수준
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는 이렇게 엄청난 실업인구를 발생시키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
이렇게 많은 실업자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하여 국가 차원의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 첫번째는 농업부문의 실업자 흡수로 터키의 경우에는 이 방법으로
순간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GNP의 7%밖에 차지하지 않는 농업부문에 종사하는
인구가 14%에 달해 전체 산업 대비 생산성이 2분의 1밖에 안된다.
따라서 농업에서 흡수해 줄 수 있는 실업자 수에는 한계가 있다.
두번째는 국가보험으로 주로 서구 사회주의 국가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한국의 경우 실업보험 명목으로 배정된 액수가 8조원에 달하지만 이 액수를
6백30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한달의 수당에 해당하는 1백27만원에 불과하다.
이 액수는 평균 실직 기간을 2년으로 볼 때 필요규모의 4%밖에 안된다.
세번째는 사회보험이다.
이 부문에서는 한국이 다른 나라에서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전통을 갖고
있다.
즉 가족 친지 친구 등 주변에서 특별한 상황이나 어려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예컨대 결혼이나 장례시 주변에서 거둬 주는 부조금, 부의금은 재정적으로
당사자에게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예외적인 상황에나 적용되는 것이지 오늘날같이 주변에
수많은 실직자에게 해당되기는 어렵다.
네번째는 가족보험이다.
한국에서는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대가족제도에 입각해 2세대, 3세대가
같은 공간에서 주거해 왔다.
그후 어느덧 핵가족제도로 변화해 20~30대 연령층에서는 부모를 모시는
가족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앞으로 실업자가 가장으로 있는 가족이 핵가족 형태에서 대가족제도로
회귀함으로써 당장을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번째 실업대책은 기업이 주도하는 방법으로 한국에서는 이 방법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정리해고를 앞두거나 이미 진행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기업 차원의
실업대책을 보다 능동적인 차원에서 개발해야 한다.
여기에는 크게 생산성 향상, 인건비 감소, 그리고 협력적인 윈-윈 방식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1단계 기업대책은 "생산성 향상 전략"이다.
즉 해고 이전에 "재교육"을 통해 각 구성원의 능력향상을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 "재배치"를 통해 회사내에서 각자에게 맞는 일자리를 갖게 해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연봉제"도 주어진 보수에 대한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단계 기업대책은 "인건비 감소 전략"으로서 "보너스 삭감" "봉급 하향
조정" 그리고 보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일정 비율 인력감축"을 들 수 있다.
이미 연초부터 공무원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국내기업에서는 보너스 반납,
임원 20% 삭감, 직원 10% 삭감 등의 방법을 쓰고 있다.
이 방법은 인력 삭감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인건비 감소 전략에 비해
미봉책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비록 순간적으로는 어려워도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력 삭감이 더 합당하다는 것은 기업과 당사자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다만 전자는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고통을 분담한다는 사회심리적인 면을
고려한 인력삭감전 단계의 일시적인 방책이다.
3단계 기업대책은 "협력적인 윈.윈 전략"이다.
이 방식은 인력감축 방법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면서도 퇴직자를 위한
협력적인 지원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협력업체로의 전출" "분사제도" "아웃소싱
(outsourcing)" 그리고 "창업지원"을 들수 있다.
"협력업체로의 전출"은 주로 정부관리들이 산하기관이나 민간 유관기업으로
갈때 애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모든 조직이 인력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마당에 과거와 같은 인사
청탁이나 정부압력으로 인한 타조직 전출 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분사제도"는 예컨대 일본의 생선초밥 가게에서 일정기간 봉사한 구성원
에게 체인점 형태의 가게를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물론 그 가게의 주인은 분가해 나가는 퇴직자이다.
그러나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유지와 고객유치 등 다양한 경영지원을 통해
본점은 꾸준히 분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운명공동체로서의 관계를 유지
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분사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한 예로 경남 함안에 있는 삼영소재산업은 삼성중공업의 주강품 소재사업
분야에서 근무하던 김영식 이사를 비롯 기술 영업 생산부문의 30여명이
퇴직해 1997년 1월에 설립한 회사다.
이들은 퇴직금을 출자하여 총 13억원의 자본금중 69.2%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됐고 나머지는 삼성중공업이 15.4%, 창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신보창업투자가 15.4% 지분만큼 참여하고 있다.
모든 임직원은 경영안정과 자립을 위해 삼성중공업에서 받던 급여의 70%
수준만을 받고 있지만 주인의식을 가진 이들의 사기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한다.
이 회사는 삼성중공업이 어차피 정리하려던 소재사업관련 설비를 이관
받았고 미국 인닥터섬으로부터 최신용해설비를 도입해 최고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 JSW로부터 기술협력을 받아 소재부품의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하여 창업 첫해에 이미 흑자를 내고 2년째인 올해에는 수출 1백18억원
을 포함한 1백92억원의 매출액과 35억원의 매출이익, 11억원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비록 초기에 퇴직예정자들이 불안감으로 인해 참여를 망설이고
첨단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창업투자사로부터의 자금지원에 애로가
있었으나 주인으로서 다시 태어난다는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국가경제에 대한
기초산업이라는 신보창투의 판단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는 주위에
있는 수많은 퇴직자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아웃소싱"은 기업이 내부에서 직접 담당하던 부품생산 청소 빌딩관리 등의
활동을 외부에서 조달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일감을 기존에 기업내부에서
담당하던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방식이다.
물론 그와같은 계약을 맺을 때에는 새로 세워진 회사가 일정기간 후에는
자립할 수 있도록 일감을 첫해에는 75%, 둘째해에는 50%, 셋째해에는 25%
하는 식으로 삭감하는 내용을 삽입하여 자생력을 갖추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창업지원"은 가장 광범위하게 퇴직자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으면서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이 퇴직대상자에 대하여 일정기간동안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지원센터를 두어 이들에게 창업에 관한 아이디어와 동업자
소개,그리고 창업에 대한 행정지원 등의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대기업에서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방법으로 일본의 몇몇
대기업에서도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원의 일부 교육내용은 퇴직예정자에 대한
사회적응 훈련을 포함하고 있다.
분사 아웃소싱 창업지원은 구체적 지원내용에서는 제각기 다르지만 효과면
에서는 모두 퇴직예정자에게 자립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실업대책으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에는 SOHO(small office,home office)가 GNP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최근 미국에서는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뿐 아니라 갓 경영
대학원을 졸업한 젊은이들에게도 창업이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하여 동기생들 중 사업으로 제일 먼저 1백만달러의 이익을 올리는
졸업생에게 학교에서 상을 주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퇴직자에게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줌으로써 이들이 퇴직이후에
오히려 더욱 성공적인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한다면 한국경제는 이들의
창업정신과 사업에 대한 열기로 손쉽게 1997년 경제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7일자 ).
흘렀다.
한국이 일본의 압제 밑에서 고생한 34년 11개월 반보다도 1년 반 더 긴
이 기간 동안, 한국은 절대빈곤의 후진국에서 개도국 중진국으로 발전하면서
선진국으로 향한 길을 숨가쁘게 달려 왔다.
경제규모는 GNP 기준으로 21억달러에서 4천3백74억달러로 2백8배 증가
하였고, 1인당 국민소득은 82달러에서 9천5백11달러로 1백16배 증가했으며,
실질 성장률로는 연평균 약 8.3%씩 상승하였다.
이 기간 동안 한국경제는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해가 한번 있었다.
1980년에 6.2%만큼 경제규모가 감소한 것이다.
이 당시 한국경제는 국내외에서 동시에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었다.
해외에서는 1979년 가을에 일어난 제2차 석유위기에서 비롯한 세계경기
침체가 수출시장을 위축시켰고, 국내에서는 같은 해 부마사태에 이은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과 12.12 쿠데타 이후 발생한 정치적 불안이 결국 1980년
으로 들어와 5.18 사태로 치달으면서 내수시장과 기업의 투자를 극도로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후 한국경제는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간 해가 한번도 없을 정도로
꾸준하게 성장해 왔다.
다만 올해들어 경제가 침체국면을 맞이하고 있고, 그 결과 5월말 기준
경제성장률이 -3.8%로 떨어졌다.
정부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로 예측하고 있으나, 기업투자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보다 더 내려가리라는 예감이 든다.
그러나 GNP기준 경제규모가 1981년의 6백71억달러에서 6.5배 커졌고,
수출규모는 2백12억달러에서 1천3백61억달러로 6.4배 증가했으니, 그 당시
경제보다는 지금 경제가 여러가지 면에서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이 1980년과 1998년의 경제지표만을 비교하면 이번 경제위기가 18년전
보다는 훨씬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그 때 경험하지 못한 대량 실업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5월말 기준으로 우리 경제는 실업자 1백43만명, 실업률 6.7%라는 과거
어느때에도 경험하지 못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물론 1929~33년의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당시에 미국에서 보였던
25% 실업률, 제2차대전 직후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에 나타났던 30%대의
실업률, 80년대초 IMF 구제금융을 받은 터키의 40% 실업률, 그리고 경기
회복세에 있음에도 영국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10~20%의 실업률을 나타내고
있는 서유럽국가들에 비한다면 이 수치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경제위기에서 가장 고생을 많이 하고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계층은
역시 일반 대중이고,특히 실업자이다.
앞으로 실업자가 지금 수준에서 얼마나 더 늘어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한국경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력
감축을 계산해 보면 현실적인 결론이 나온다.
미국은 경쟁력이 일본 기업 수준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던 10여년전에
생산성을 회복하기 위해 1979~95년 사이에 4천3백만명의 직장인을 해직했다.
이 숫자는 미국 노동인구 1억4천만명의 30.7%로서 공교롭게도 연초에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30%의 고통분담을 하자고 호소한 미율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만일 오늘날 한국의 경쟁력이 과거 미국의 경쟁력과 같은 수준이라면
한국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 노동인구인 2천1백만명의
30%인 6백30만명이라는 정리해고 대상인력이 나온다.
이 숫자는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실업자 수의 4.3배에 달하는 규모다.
물론 이 많은 해고 인력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 기업이
생상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구조조정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감축해야 할
연 인원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생산성을 회복하고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 기업수준
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는 이렇게 엄청난 실업인구를 발생시키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
이렇게 많은 실업자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하여 국가 차원의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 첫번째는 농업부문의 실업자 흡수로 터키의 경우에는 이 방법으로
순간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GNP의 7%밖에 차지하지 않는 농업부문에 종사하는
인구가 14%에 달해 전체 산업 대비 생산성이 2분의 1밖에 안된다.
따라서 농업에서 흡수해 줄 수 있는 실업자 수에는 한계가 있다.
두번째는 국가보험으로 주로 서구 사회주의 국가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한국의 경우 실업보험 명목으로 배정된 액수가 8조원에 달하지만 이 액수를
6백30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한달의 수당에 해당하는 1백27만원에 불과하다.
이 액수는 평균 실직 기간을 2년으로 볼 때 필요규모의 4%밖에 안된다.
세번째는 사회보험이다.
이 부문에서는 한국이 다른 나라에서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전통을 갖고
있다.
즉 가족 친지 친구 등 주변에서 특별한 상황이나 어려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예컨대 결혼이나 장례시 주변에서 거둬 주는 부조금, 부의금은 재정적으로
당사자에게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예외적인 상황에나 적용되는 것이지 오늘날같이 주변에
수많은 실직자에게 해당되기는 어렵다.
네번째는 가족보험이다.
한국에서는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대가족제도에 입각해 2세대, 3세대가
같은 공간에서 주거해 왔다.
그후 어느덧 핵가족제도로 변화해 20~30대 연령층에서는 부모를 모시는
가족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앞으로 실업자가 가장으로 있는 가족이 핵가족 형태에서 대가족제도로
회귀함으로써 당장을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번째 실업대책은 기업이 주도하는 방법으로 한국에서는 이 방법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정리해고를 앞두거나 이미 진행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기업 차원의
실업대책을 보다 능동적인 차원에서 개발해야 한다.
여기에는 크게 생산성 향상, 인건비 감소, 그리고 협력적인 윈-윈 방식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1단계 기업대책은 "생산성 향상 전략"이다.
즉 해고 이전에 "재교육"을 통해 각 구성원의 능력향상을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 "재배치"를 통해 회사내에서 각자에게 맞는 일자리를 갖게 해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연봉제"도 주어진 보수에 대한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단계 기업대책은 "인건비 감소 전략"으로서 "보너스 삭감" "봉급 하향
조정" 그리고 보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일정 비율 인력감축"을 들 수 있다.
이미 연초부터 공무원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국내기업에서는 보너스 반납,
임원 20% 삭감, 직원 10% 삭감 등의 방법을 쓰고 있다.
이 방법은 인력 삭감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인건비 감소 전략에 비해
미봉책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비록 순간적으로는 어려워도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력 삭감이 더 합당하다는 것은 기업과 당사자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다만 전자는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고통을 분담한다는 사회심리적인 면을
고려한 인력삭감전 단계의 일시적인 방책이다.
3단계 기업대책은 "협력적인 윈.윈 전략"이다.
이 방식은 인력감축 방법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면서도 퇴직자를 위한
협력적인 지원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협력업체로의 전출" "분사제도" "아웃소싱
(outsourcing)" 그리고 "창업지원"을 들수 있다.
"협력업체로의 전출"은 주로 정부관리들이 산하기관이나 민간 유관기업으로
갈때 애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모든 조직이 인력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마당에 과거와 같은 인사
청탁이나 정부압력으로 인한 타조직 전출 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분사제도"는 예컨대 일본의 생선초밥 가게에서 일정기간 봉사한 구성원
에게 체인점 형태의 가게를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물론 그 가게의 주인은 분가해 나가는 퇴직자이다.
그러나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유지와 고객유치 등 다양한 경영지원을 통해
본점은 꾸준히 분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운명공동체로서의 관계를 유지
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분사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한 예로 경남 함안에 있는 삼영소재산업은 삼성중공업의 주강품 소재사업
분야에서 근무하던 김영식 이사를 비롯 기술 영업 생산부문의 30여명이
퇴직해 1997년 1월에 설립한 회사다.
이들은 퇴직금을 출자하여 총 13억원의 자본금중 69.2%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됐고 나머지는 삼성중공업이 15.4%, 창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신보창업투자가 15.4% 지분만큼 참여하고 있다.
모든 임직원은 경영안정과 자립을 위해 삼성중공업에서 받던 급여의 70%
수준만을 받고 있지만 주인의식을 가진 이들의 사기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한다.
이 회사는 삼성중공업이 어차피 정리하려던 소재사업관련 설비를 이관
받았고 미국 인닥터섬으로부터 최신용해설비를 도입해 최고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 JSW로부터 기술협력을 받아 소재부품의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하여 창업 첫해에 이미 흑자를 내고 2년째인 올해에는 수출 1백18억원
을 포함한 1백92억원의 매출액과 35억원의 매출이익, 11억원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비록 초기에 퇴직예정자들이 불안감으로 인해 참여를 망설이고
첨단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창업투자사로부터의 자금지원에 애로가
있었으나 주인으로서 다시 태어난다는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국가경제에 대한
기초산업이라는 신보창투의 판단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는 주위에
있는 수많은 퇴직자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아웃소싱"은 기업이 내부에서 직접 담당하던 부품생산 청소 빌딩관리 등의
활동을 외부에서 조달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일감을 기존에 기업내부에서
담당하던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방식이다.
물론 그와같은 계약을 맺을 때에는 새로 세워진 회사가 일정기간 후에는
자립할 수 있도록 일감을 첫해에는 75%, 둘째해에는 50%, 셋째해에는 25%
하는 식으로 삭감하는 내용을 삽입하여 자생력을 갖추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창업지원"은 가장 광범위하게 퇴직자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으면서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이 퇴직대상자에 대하여 일정기간동안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지원센터를 두어 이들에게 창업에 관한 아이디어와 동업자
소개,그리고 창업에 대한 행정지원 등의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대기업에서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방법으로 일본의 몇몇
대기업에서도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원의 일부 교육내용은 퇴직예정자에 대한
사회적응 훈련을 포함하고 있다.
분사 아웃소싱 창업지원은 구체적 지원내용에서는 제각기 다르지만 효과면
에서는 모두 퇴직예정자에게 자립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실업대책으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에는 SOHO(small office,home office)가 GNP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최근 미국에서는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뿐 아니라 갓 경영
대학원을 졸업한 젊은이들에게도 창업이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하여 동기생들 중 사업으로 제일 먼저 1백만달러의 이익을 올리는
졸업생에게 학교에서 상을 주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퇴직자에게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줌으로써 이들이 퇴직이후에
오히려 더욱 성공적인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한다면 한국경제는 이들의
창업정신과 사업에 대한 열기로 손쉽게 1997년 경제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