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진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45엔대로 떨어졌다.

투병중인 한국경제에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해외시장에서 일본업체들은 줄줄이 제품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엔저의 공습"이 시작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5일 "엔저 영향권에 휩싸인 한국경제"라는 보고서에서
엔저의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평가했다.

이 결과 "엔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원화의 평가절하가 불가피
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원화 환율에 대한 엔화의 상대적 평가절하는 한국의 경상수지
축소는 물론 금융시장침체에 따른 구조조정실패와 신용경색으로 인한 기업
도산확산 등 위기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나서 "1백원=1천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화의 동반 평가절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화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환유동성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선 외환보유고 확대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엔화가 1백60엔을 넘어설 경우 위엔(원)화 평가절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도 더이상 수출경쟁력 하락을 방치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 경우 아시아 전체의 환률 및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제2의 환란"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은 환율방어를 위해 금리를 내릴 여지가 별로
없는 실정이다.

엔화하락이 고금리로 이어져 더 많은 기업과 개인이 파산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다.

다음은 보고서가 밝힌 시나리오별 영향.

* 원화환율 현상태 유지 =달러에 대한 원화값은 1천4백원대선을 유지하면서
엔화값이 올 하반기 이후 1백40엔대에서 1백50, 1백60대로 점차 떨어지는
경우.

수출은 추락하고 경상수지 흑자폭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국내 상품수지 감소액은 올해 41억달에 이르며 내년에는 73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경상수지도 올해와 내년에 각각 40억달러와 48억달러 축소될 것으로 예상
된다.

* 원화와 엔화의 동반 평가절하 =엔화가 절하되더라도 원화의 동반 평가
절하를 통해 "1백엔=1천원"을 유지할 경우.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상품수지는 올해 2백73억~2백80억달러, 내년에 2백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상수지도 올해 2백20억달러, 내년에 1백60억달러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 원화의 점진적 평가절상 =엔화의 절하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올해말
달러당 1천3백50원, 내년에 연평균 달러당 1천3백원으로 점진적으로 절상될
경우.

올해 상품수지는 51억달러 줄어드는데 이어 내년 감소폭은 71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경상수지도 올해와 내년에 각각 40억달러와 66억달러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