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아침 20세기 마지막 지구촌 축제인 프랑스월드컵 개막경기를 생중계로
지켜본 직장인의 지각사태가 속출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밀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한 직장인들이 정차역을
지나치는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비몽사몽간에 회사로 출근한 샐러리맨들도 책상위에 엎드려 졸거나 상사몰래
휴게실에서 밀린 잠을 보충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와 프랑스 파리의 시차는 7시간.

현지에서 경기가 시작되는 오후 4시가 한국시간으로는 밤 12시께로 완전히
낮과 밤이 엇갈려 있다.

지난 94년 미국 월드컵때는 오전 8시께 부터 경기가 생중계되는 바람에
직장인들 사이에 조기출근 붐이 일었던 것과는 정반대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16강 진출을 가리는 세경기가 열리는 14일과 21일,
25일에 피크를 이룰게 확실하다.

지각에 따른 인사고과의 불이익을 무릎쓰고 생중계 시청을 고집하는 이유는
IMF로 정신적 공황에 빠진 국민들의 16강 진출 염원이 어느때보다 높기 때문.

여기다 최근 극심한 내수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업체마다 월드컵에 편승한
기발한 아이디어상품을 만들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더구나 고객들의 사행심을 이용한 경품잔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 몫 챙기려는 기대심리까지 가세한 것도 한 원인.

여기에 각 직장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예정된 경기결과를 놓고 내기까지
성행하고 있어 "올빼미족"은 날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월드컵 올빼미"를 노리고 각 백화점과 편의점이 내놓은
야식용패키지 상품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각 백화점들은 TV시청자들이 많이 소비하는 라면과 음료 마른안주 등을
한데 묶어파는 특별매장까지 마련,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25 둥 편의점들도 주류와 음료, 패스트푸드제품의 발주량을 크게
늘려잡았다.

업계에서는 한국팀의 선전결과에 따라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젊은이를 대상으로 야외데이트와 월드컵 경기시청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일부 극장은 한국팀 경기를 초대형 화면으로 생중계할 계획을
잡고 있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버랜드는 오는 14일 새벽에 열리는 우리나라와 멕시코와의 경기를 자동차
전용 경주장에서 멀티스크린을 이용, 중계한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