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때 미국으로 건너간 한 벤처기업인이 한국 최고은행인 조흥은행
의 새 주인이 돼 돌아온다.

주인공은 지난 4월 28일 세계최대 통신장비제조업체인 미국
루슨트테크놀로지사에 자신이 창업한 유리시스템사를 10억5천만달러에 매각,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김종훈(37) 사장.

김 사장은 미국을 방문중인 김대중대통령에게 조흥은행에 2억달러를 투자
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이를 한국현지법인인 유리코리아를 통해 10일 발표
했다.

지분을 팔아 6억달러를 손에 쥔지 1개월여만에 내린 결단이다.

이민간지 22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유리코리아를 통한 발표문에는 조국애가
물씬 배어 있다.

"한국인인만큼 애국하는 뜻에서 순수한 민족자본으로 이뤄진 민족은행에
투자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상황하에서 경제의 근간이 되는 국내금융산업의 회생을
위한 것이다"

그는 IMF체제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국의 경제사정을 감안, 개인재산
1백만달러를 출연해 서울에 대학생들의 벤처기업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재단
설립을 추진중이다.

미국 현지에서도 국내 유학생을 돕기 위해 25만달러를 쾌척하기도 했다.

조흥은행과는 이런 모국지원활동과정에서 첫 인연을 맺었다.

지난 4월 9일 여의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대학(원) 벤처창업
지원정책 창업설명회에 참석차 방한했을때 조흥은행을 방문한게 계기였다는
후문이다.

김 사장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미국수출입은행장과 골드만삭스 집행위원,
유리시스템스사 재정담당이사를 역임한 켄 브로더씨와 한 팀을 이뤄 선진
은행경영기법을 한국에 전수,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는 좋은 기회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의 한국투자는 조흥은행으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한 측근은 "김 사장이 미국에서 모은 돈을 조국을 위해 쓰겠다는 뜻을
확고히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사장이 우선 조흥은행의 새 주인이 되기까지는 넘어야할 고비가
많다는 지적이다.

조흥은행도 "해외자본유치를 위해 3개 해외투자회사와 접촉해 투자상담을
추진해 왔다"며 "은행경영 정상화계획이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자세한 투자
조건을 결정하기 위한 자산실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