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의 추가감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수급 불균형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제유가가 또다시 10년만에 최저치를 향해 곧두박질쳤다.

지난 4일 사우디 아라비아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3개국이 오는 7월1일부터
하루 총45만배럴 감축키로 한 이른바 "암스테르담협정"이후 국제유가는
소폭이나마 반등세로 돌아섰었다.

석유 관련 유력 전문지인 중동경제조사지(MESS)도 올 하반기에는 유가가
회복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유가인상 전망은 다소 성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장애물은 역시 수급불균형이다.

파리에 있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9일 배포한 월간보고서에서 올 2.4분기
세계 석유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하루 51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25만배럴은 아시아지역의 감소분이다.

IEA는 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가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수요감소에도 불구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5월
산유량은 지난달 2천8백32만배럴에서 2천8백7만배럴로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IEA는 또 OPEC회원국이 지난 3월말 하루 1백24만5천배럴 감축키로 했던
약속을 어기고 실제로는 1백만 배럴밖에 감축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약속 불이행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서는 현재 산유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감산움직임도 신뢰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됐다.

아리에타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암스테르담협정 3개국을 포함해 추가감산
규모가 총7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소1백만배럴 정도는 추가로 감산해야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EIA)도 최근 보고서에서 올 3.4분기와
4.4분기 세계석유수요가 각각 7천4백10만배럴과 7천7백10만배럴로 지난달
전망치보다 각각 20만배럴 줄어들 것이라고 수정 전망했다.

이라크의 석유수출재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말 OPEC총회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유가하락과
수급불균형문제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IEA보고서 등에 영향을 받아 유가는 9일 큰 폭으로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 7월물 가격이
배럴당 70센트 떨어져 13.85달러에 마감됐다.

런던에서도 브렌트유 7월물 가격이 73센트 하락한 13.49달러에 장을
끝냈다.

두바이 현물은 34센트 떨어진 12.49달러에 거래가 이뤄졌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