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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믿음의 관계 .. 조광현 <서울대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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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당수의 학교에서 금년 스승의 날에는 기념행사를 취소했다는 소식이다.

    교사들에게 전달되는 촌지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한다.

    물론 학부모들을 괴롭히는 촌지는 없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촌지를 방지하기 위해 교사에게 감사의 뜻을 표할 기회마저
    박탈했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마치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 하겠다.

    전통적으로 존경의 대상이었던 선생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느낌이라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각종 사건의 배후에 숨어있는 비리에 대한 보도를
    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불신의 분위기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입장을 바꾸어서 불신을 당하는 교사의 심정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환자를 진료하면서 의사를 믿지 못하는 듯한 환자의 말이나 표정을 가끔
    경험하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고, 진료비가
    비싸다고 불평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의사를 당황하게 하는 때는 잘 낫지 않는 질환의 환자가 이렇게
    발달된 시대에 왜 자기의 질병을 고치지 못하느냐고 항의하는 경우이다.

    이런 환자를 만나면 적극적인 치료에 앞서 자기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기가 쉽다.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 촌지를 바라는 사람으로 비춰진 교사가 애정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칠 기분이 들까 의문이 간다.

    우리는 지금 어느 때보다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국민들 사이에 믿음을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기업은 근로자에게 믿음을 주어야할 것이다.

    우리에게 닥친 외환위기도 한국사회와 한국인이 외국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잃은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서로를 믿지 않으면서 남보고 우리를 믿어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 Khcho@plaza.sun.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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