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기 민선 지방자치시대가 오는 6월 30일로 끝난다.

2기 민선 지자체를 이끌 주역은 내달 4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탄생한다.

그러나 열기를 느낄수 없다.

최악의 경제난으로 "선거무관심파"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 3년은 "소리"만 요란했지 "실속"이 없었던 기간이었다.

지자체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나름대로 애썼지만 <>경영능력 결여
<>무분별한 투자 <>민원해결 능력 부족 <>지역간 이기주의 노골화 <>관료주의
등으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본사와 LG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드러난대로 준조세부담도 여전하다.

경북 달성군은 지난 96년 대한중석을 지나가는 우회도로를 건설하면서
공사분담금으로 5억원을 기부받았다.

그러나 사업 자체가 무산됐는데도 이 돈을 돌려주지 않은채 다른 용도에
사용했다.

지자체가 대거 수익사업에 나서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대구의 각구청은 쓰레기봉투를 다른 도시보다 최고 5백70원 비싼 가격에
팔아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지자체마다 각종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만큼 돈벌이만 된다면 무슨 사업
이든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문제다.

경북 문경시는 크레이사격장과 수렵장 조성에 나섰다가 산림청과 환경부의
반대로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도심 지하상가 개발등 신규 사업 투자과정에서 이미 진출한 민간인(기업)과
갈등을 일으키는 사례도 많다.

결국 민선지자체 1기가 정치사회적으로 <>지역주민의 집단이기주의를
심화시켰고 <>당선과 단기간의 실적과시만을 의식한채 "전시행정"을 양산
하는등 시행착오를 거듭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지자체마다 경영마인드가 확산되고 대국민서비스 개선에 신경쓰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적잖았다.

지난 4월 대한상의가 전국 7백3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이같은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민선 1기 지자체기간동안 가장 나아진 분야로 대민봉사행정(44.6%)이
손꼽혔다.

이에반해 가장 개선되지 않은 분야는 규제완화(31.8%)와 지역경제활성화
(25.4%) 등이었다.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로 <>종합적인
계획및 전략 부재(27.2%) <>경제부서및 전문인력 부족(21.4%) <>투자재원
부족(1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의 공과를 분야별로 점검한다.

<> 공장세우기는 다소 쉬워졌다 =공장설립 승인기간이 공통적으로 짧아졌다.

인천시 조사에 따르면 민선지자제 시행이전에 공장 허가를 받으려면
30~50일가량 걸렸다.

최근에는 7~15일이면 족하다.

대구의 경우 공장을 짓기위해 서류를 접수시킨뒤 5일에서 1주일이면 허가가
떨어진다.

종전의 절반수준으로 단축된 셈이다.

공장이 더이상 공해시설이 아닌 수입증대의 원천으로 인식된데다 규제완화
바람을 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정"이 아니라 "안면"에 따라 인허가가 좌우되는 병폐는 남아
있다.

한 화학회사는 최근 경북 진량공단에 입주할수 있는지를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알아보았다.

공해방지시설을 보완해도 안된다는 답변이었다.

하는수 없이 방법을 바꿨다.

담당공무원과 안면이 있는 다른 사람을 내세워 재질의한 결과 "입주가능"
통보를 받았다.

"한건주의" 행태도 여전하다.

인천시는 지난해 동유럽 중동 국가를 대상으로 전기 전자 생필품 등 15개
업체가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결과 무려 1천만달러의 상담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실제 수출금액은 고작 2백만달러.

수출주문을 따내기 위한 사후관리 노력 부족이 그이유다.

<> 내고장 살찌우기에 여념 없다 =민선지자체장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호는
"주식회사 <><>시(군)".

날로 늘어나는 지출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수익증대가 절실하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

핵심철학은 전분야에 걸친 경영마인드 도입.

구체적으로 지역중소기업 지원및 자체 수익사업 확대 등으로 나타났다.

인천시 부평구청은 지난 96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중소기업을 위해 존재
하는" 중소기업지원과를 설립했다.

지난해 41개 업체에 34억8천만원의 운전자금을 지원했다.

해외박람회참관단도 운영하고 기업애로사항 해결에 나섰다.

이결과 지난해 36개 업체가 1백52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행자부가 실시한 전국경제지원정책경진대회
에서 1위를 차지했다.

대구시는 기존 지역경제국을 경제국과 사업국으로 분리했다.

경제국은 통상과 기획업무를, 산업국은 중소기업 기계 섬유 등 현장업무를
맡도록 했다.

이 결과 행정서비스 개선으로 지역주민으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천연자원을 활용한 모범사례도 있다.

충남 보령시는 지난 96년 (주)태평양과 갯벌의 진흙을 이용해 머드팩
머드비누 머드화장품을 공동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판매 첫해인 재작년에 3억원을, 지난해에 8억5천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최근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앞에서 진흙슬라이딩 대회까지 여는 등 다양한
판촉노력으로 올들어 지난 4월까지 4억원어치를 파는등 선전하고 있다.

현재까지 순이익은 7억원.

오는 7월에는 일본시장에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지역내 문화재도 훌륭한 아이디어 상품이 될수 있다.

부여군은 지난 93년 능산리절터에서 발굴된 백제금동향로(국보 287호)를
모델로 넥타이핀 목걸이 반지 등 16가지의 기념품을 제조, 관광상품판매소
에서 팔고 있다.

연간 8천만원 매출에 순이익은 2천만원가량.

올해부터는 인동초를 약재로 개발한 신상품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특허청에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경북 청도군은 주말투우장을, 구미시는 야외자동차극장을 운영하는 등
지역특색에 알맞은 수익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물론 경영과 기술에 문외한인 공무원이 돈벌이에 나섰다가 오히려 빈약한
재정을 축내는 사례도 있다.

인천시 서구는 지난해 1월 공촌동일대에 13억원을 들여 눈썰매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멀쩡한 녹지를 훼손했다는 비난 여론속에 이용이 저조한 상태다.

경북 문경시는 사과가공품 생산공장을 만들었다가 적자가 누적되자 사실상
문을 닫았다.

<> 민자유치 실패 많다 =당장 돈은 없고 투자할 사업을 갖고 있는 지자체의
경우 민자유치를 통한 합작기업 신설에 관심이 크다.

지난 96년 부산시와 민간기업의 공동투자로 탄생한 부산종합화물터미널은
경영부진으로 1천3백80억원 규모의 부도를 냈다.

토지를 인근시세보다 비싸게 사는 등 무리하게 사업비를 투자했기 때문.

부산시가 민간기업과 함께 96년말 설립한 부산관광개발도 지난해
13억4백만원의 적자를 냈다.

운영 1년만에 부채만 75억원을 넘었다.

그린벨트지역에 세우려했던 아시안게임골프장은 중앙정부의 반대로 건설이
지연되고 관광유람선 관광열차 태종대전망사업 등에서도 기대했던 만큼
수입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부산도시개발공사의 지난해말 부채는 9백79억원.

최근 2천8백억원으로 급증, 최악의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부산 화명 2지구 보상채권을 갚기 위해 지난해말 1천억원을 기채한데다
택지미분양으로 7백40억원을 일반회계에서 당겨쓴 결과다.

부산시가 투자한 회사중 지역브랜드판매회사인 테즈락을 제외하고는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시의 대표적인 민자유치사업인 종합무역센터 본관건립은 참여주주사의
잇단 도산으로 무기연기됐다.

부대건물인 종합전시장의 건설만 추진중이다.

경북 산청군이 투자한 무학산청샘물,문경도시개발공사(경북 문경), 고창
화훼유통공사(전북 고창) 등 민간합작기업은 누적적자를 못 이겨 법인청산을
준비중이다.

공기업투자의 전형적인 실패사례다.

이에반해 충남 청양군은 지난해 1월 운송회사인 (주)청양유통을 지역주민과
공동설립했다.

출범 첫해인 지난해 1억7천7백만원의 매출에 5천2백만원의 이익을 내는 등
순항중이다.

외자유치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는 지자체도 있다.

충남도는 지난해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일대 1백56만평을 미국의 관광레저
및 부동산 개발회사인 인피니티 인터내셔널그룹과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총사업비 1조5백억원.

도는 땅만 제공하는 대가로 51%의 지분율을 갖게 된다.

<> 행정서비스 개선 편차 크다 =부산시와 16개 구.군은 장애인 2만7천여명
의 주소를 파악, 이들이 신청한 민원서류를 통반장을 통해 집까지 배달해
주고 있다.

지난 1월부터는 공무원의 착오로 행정기관을 다시 찾았을때 5천원을 주는
"민원행정보상금제"와 행정처리를 지연할때 1만원을 지급하는 "지연보상금제"
를 시행,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반해 부작용에 대한 고려없이 주민의 인기에 영합하다가 결국 백지화된
졸속정책도 있다.

지난 95년 9월 서울 종로구청은 "주차단속 5분예고제"를 도입했다.

불법주정차 차량이 발견되면 정차시간규정(5분)을 활용, 5분뒤 주차위반
딱지를 떼겠다고 경고하는 제도.

주민의 호응이 높아지자 일부 구청은 단속유예시간을 10분으로 연장하는 등
서울 시내 전 구청에서 확산됐다.

그러나 이제도를 악용한 불법주차가 늘고 결국 교통정체만 가중시킨다는
민원이 쏟아지자 지난 1월 서울시가 이 제도를 없앴다.

<> 권한이양등 제도개선 시급하다 =지난해 부산시의 전체 사무
1만5천7백74건중 시가 전권을 휘두를수 있는 지방사무는 2천8백82건에
불과하다.

부산시가 중앙정부에 요구해온 항만관리권이나 공유수면개발관리권의
이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행정기구및 정원조정권도 물론 중앙정부 몫이다.

재정자립도도 여전히 낮다.

충남에서 가장 높다는 천안시의 경우 48.1%에 불과하다.

공주시는 25.9%, 논산시는 28.1%이다.

군지역은 더 떨어져 금산은 17.5%, 청양 14.8%에 그친다.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도 제대로 줄수 없는 현실에서 지자제 발전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일 수밖에 없다.

재정자립도를 대폭 높일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특별취재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