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이 1백40엔대에 들어서면서 국내 산업계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엔화가치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제품과 가격경쟁에서 밀려 수출에
차질을 빚게 되어서다.

다시말해 엔저현상에 따라 IMF(국제통화기금)사태이후 원화환율상승에
따른 수출호기를 잃게 된다.

종합상사 등 무역업계는 심리적 지지선인 1백40엔대가 깨짐에 따라
엔화약세현상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중이다.

<> 한.일 경합품목의 수출감소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일 양국의
수출상위 50개품목에 함께 포함된 경합품목은 자동차 선박 전자 등 24개
품목이다.

우리나라의 이들 품목수출은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때문에 엔화약세는 우리나라 무역수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수위축을 수출로 만회하려고 해외영업을 강화해온 자동차업계는 하반기
수출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엔화가치가 떨어진 만큼 일본 자동차메이커들이 유리한 위치에서
주요시장을 공략할 수 있어서다.

장병주 (주)대우 사장은 은행의 환어음매입 등 금융지원이 미진한
상황에서 일본과 가격경쟁을 벌이면 채산성은 더욱 떨어지게된다고 설명했다.

가전업계도 엔화가 급속히 절하될 경우 일본제품과 가격차가 없어져
수출영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했다.

최근 공급과잉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감산을 추진중인 반도체업계도
엔화약세라는 또다른 복병을 만나 수출단가가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계 및 철강업계도 중저가 제품의 수출에 타격을 받게 된다.

다만 조선은 한일 양국이 환차손발생을 우려해 보수적으로 수주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여 피해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석유화학도 양국간 주력수출품목이 달라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140엔대가 1년간 유지될 경우 우리나라 상품교역은 15억달러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무역협회도 엔화가 10% 절하되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년동안
37억달러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 대일본 수출타격 =대일수출기업은 엔화약세에 따라 더 큰 피해를
볼수 있다.

엔화약세로 일본 수입업체의 부담이 커져 수입을 기피하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대신경제연구소는 대일철강재 총수출액(1조6천억원)중 60%가량을 차지하는
포항제철이 수출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생산의 15%를 일본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수출하는
반도체업계도 일본 수입업체들의 가격인하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64메가D램을 일본에 공급해온 LG반도체의 수출차질이 가장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무역업계는 엔화약세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지난해부터 줄고있는
대일무역적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지 않을까 우려했다.

<> 금융시장 불안감 확산 =수출감소와 함께 엔화약세가 아시아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시켜 결과적으로 기업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보다 금융경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 편이다.

무역협회 조승제이사는 "일본의 경기침체와 금융시스템의 불안으로
엔저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따라 우리 금융기관이 수출환매입
등 무역금융지원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엔화약세는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의 무역수지를 악화시켜 또다른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이같은 대외환경변화는 국내 기업에 큰 파장을 몰고 온다.

무역업계는 엔화약세가 몰고올 주요국 통화가치의 변화에 주목하며
당분간 보수적으로 수출영업을 하기로 했다.

또 환차손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키로 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