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가 달러당 1백40엔선이 무너지는 국제금융시장의 "마의 주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9일 열리는 선진7개국(G7) 긴급재무차관회의에서 기대했던 엔화 안정책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여기에다 이번주말 발표될 일본의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올 것으로 보이는 점도 악재다.

엔화는 지난주 내내 1백40엔선 붕괴직전에서 간신히 버텼다.

도쿄와 뉴욕등 국제외환시장에서는 하루에도 몇번씩 1백40엔선이 깨질뻔
했다.

이때마다 G7 긴급재무차관회의가 버팀목이 돼주곤 했다.

예정에 없던 급한 만남인 만큼 획기적인 엔화 안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로 1백30엔대를 연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말들어 분위기가 돌변했다.

이 회의도 별볼일 없는 모임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갑자기 시장에서
불거져 나왔다.

로버트 루빈 미국재무장관의 한마디가 발단이었다.

그는 G7재무차관회의 주의제는 엔화환율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러시아경제지원이 핵심안건이지 환율은 곁다리 의제일 뿐이라고 부연설명
까지 했다.

예상을 뒤엎는 발언이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5일 루빈 장관의 이 발언이 있기전까지 엔은
뉴욕시장에서 달러당 1백38엔선에서 거래됐다.

그러다 그의 발언과 함께 곧장 1백39엔선으로 내려갔다.

이 발언과 때맞춰 나온 미국의 5월 실업률도 엔화하락(달러상승)을
부추겼다.

5월 실업률이 4.3%로 지난 4월에 이어 28년만에 최저수준을 유지했다는
발표는 루빈 장관의 발언에 얹혀 달러상승에 시너지효과를 냈다.

엔시세는 장중 한때 1백39.95엔까지 하락, 지난 91년6월20일(1백40.17엔)
이후 약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감무렵 소폭 회복됐지만 종가는 여전히 1백40엔선과 머리카락 하나
차이에 불과한 1백39.7엔이었다.

G7회담에 대한 기대무산과 함께 오는 12일 발표될 일본의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은 1백40엔 붕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기간중 성장률은 직전 분기대비 마이너스 0.3%(연율 -1.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4.4분기(-0.2%)보다 더 나빠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경제는 지난 73년 1차오일쇼크후 25년만에 처음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기록, 공식적으로 "침체기(recession)"에 접어든다.

일본중앙은행은 지난 6일 발표한 "97년도 금융경제동향"에서 내놓고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밝혔다.

물가하락-수요감소-생산위축의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경고였다.

한마디로 엔이 회복될만한 조그만 틈새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게 일본경제의
현주소다.

G7회담에서 엔화회복책이 실제로 나오지 않고 일본경제의 마이너스성장
수치마저 발표될 경우 엔하락 마지노선인 1백40엔선은 맥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물론 일본은행이 시장에 개입해 1백40엔선 붕괴를 저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장개입효과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
이다.

미국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의 제프리 영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백40엔
붕괴는 단지 시간문제"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달러당 1백40엔선이 무너지면 그 다음은 더 두고 볼것도 없다고
말한다.

얼마 못가 1백45엔선이 깨지고 곧이어 세계경제를 뒤흔들어 놓을 1백50엔선
붕괴도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