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대상기업이 20여개라는 보도가 나왔을 때부터 짐작했습니다. "모범
답안"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올게 분명했지요"

"5대그룹 계열사도 퇴출대상에 포함시키라"는 김대중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기업 관계자의 코멘트다.

"6월 한달도 또 시달리게 됐다"며 걱정하는 목소리였다.

당초 8일 발표될 예정이던 금융감독위원회의 부실기업 판정결과가 20일로
늦춰지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살생부 파문이 다시 일게 분명해서다.

기업들은 다시 한번 "죽느냐 사느냐"의 도마에 올라야 한다.

특히 이번에는 김 대통령이 직접 "재판정"을 지시한 만큼 지난달과는
비교도 안될 큰 물결이 재계를 휩쓸 것이란 우려가 팽배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숫자가 문제된 만큼 한 그룹당 몇개,한 은행당 몇개
정리기업을 내놓는 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연초부터 1천억원대 부동산을 내놓고 아직 팔지 못하고 있다는 모그룹
관계자는 "정부가 입을 열 때마다 값이 5%는 깎였다"며 "이런 상태에서
살생부에 또 오르면 원매자들이 모두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정리대상 기업이 20개에 불과하다는 것은 재계를 소용돌이에 몰아
넣었던 살생부 파문의 결과로선 지나치게 적은 숫자인 것은 분명하다.

재계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겨우 진정된 살생부 파문을 다시 일으켜도 괜찮다는 명분이
돼선 곤란하다.

정리키로 했던 20개 기업부터 우선 퇴출시키는게 바람직한 순서인 것 같다.

권영설 < 산업1부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