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경지언경어홍모
급국가유사지후
필부지언중어태산
나라에 일이 없을 때에는 공경대부의 말도 새 깃털보다 가볍지만, 나라에
일이 생기고 나면 필부의 말이라도 태산보다 무거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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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이 임금에게 올린 "진시무서"의 첫머리에서 한 말이다.
모든 것이 다 정상적일 때에는 제아무리 신분이 높은 사람의 훌륭한
식견을 바탕으로 한 말이라도 쓸모가 거의 없게 마련이다.
그만큼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고 세월이 태평하기 때문이다.
요순시대에는 임금도 별로 할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라에 큰 일이 생기고 사태가 위급하게 되면 제아무리 신분이
미천하고 식견이 모자란 사람의 말이라 하더라도 때에 따라서는 태산보다도
큰 효력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귀담아 들을 일이다.
이병한 < 서울대 교수.중문학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