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아가 태아검진을 잘못한 의사에게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했다
는 이유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김명길부장판사)는 3일 태어날 때부터 선청
성 다운증후군을 앓은 A양(4)이 의사 K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유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A양의 엄마 B씨(38)가 A양을 임신한 것은 지난 94년초.

A양의 친가쪽에 기형아가 많이 출산되자 B씨는 임신직후부터 시의료
원에 다니며 수차례 태아검진을 받는 등 정상아 여부에 관심을 쏟았다.

담당의사인 K씨는 초음파 검사등 수차례 검진에서 정상아라는 진단을
내렸고 결국 B씨 부부는 그해 10월 A양을 낳았다.

그러나 A양이 출생직후부터 지능 및 발육장애등을 동반한 다운증후군
증세를 보이자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인간생명의 존엄성과 가치의 무한함에 비춰볼
때 장애를 갖고 출생한 것과 임신중절로 출생하지 않은 것을 서로 비
교해 손해의 유무를 따질 수는 없는 문제"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것 자체가 손해라는 점에 근거
한 원고 본인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앞서 B씨 부부는 이 소송과 별도로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지난해 1천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았다.

손성태 기자 mrhand@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