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은행합병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공식적으로
얘기해본 적이 없다.

"정부가 특정 은행간 합병을 요구할 경우 과연 가장 바람직한 짝짓기였냐에
대해 거센 비판이 제기될 것입니다"

이 위원장은 정상화계획을 승인받지 못한 은행에 대해 강제합병을 명령하기
전까지는 자발적인 합병이 이뤄지길 기대하고만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수없이 나도는 은행간 합병에 대한 금감위관계자들의 반응을 종합
하면 금감위가 희망하는 이상적인 합병은 대략 유추해 볼수 있다.

<> 조흥 상업 한일은행 등 3개은행끼리 합병은 바람직하지 않다 = 경영
정상화계획을 낸 이들 3개 선발은행간 합병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덩치 큰이들을 하나로 묶어 초대형은행으로 탈바꿈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근거에서다.

금감위 관계자는 그러나 "3개 은행 모두 우량은행도 아니고 점포가 너무
겹치는데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합칠 경우에는 직원들을 대규모로 정리해야
하는 부담도 따르기 때문에 썩 좋은 조합이 아니다"고 말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이들 3개 은행에 대한 경영평가결과 합병을 권고당할
정도로 평가가 나쁘게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고 덧붙였다.

<> 우량은행이 큰 은행과 합치는게 좋다 = 우량은행이 큰 은행을 합병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첩경이다.

현재 우량은행은 외환 국민 신한 하나 주택은행 등이 꼽힌다.

이들이 서로 합치거나 아니면 덩치 큰 조흥 상업 한일은행을 합병하는
것이 업무중복을 최소화하면서 대형 선도은행으로 부상할수 있다고 금감위
관계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우량은행이 우량하지 못한 큰 은행을 합할 경우 부실해지거나
합한 은행의 경영주도권을 뺏길 가능성이 있는데다 주주들도 싫어할 소지가
높다는게 문제로 지적된다.

합병이 성사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 지방은행 1-2개를 합하는 합병은 이상적이지 못하다 = 지방은행중에서
대구 경남 부산은행은 우량하다.

이들을 제외한 일부 부실은행을 몇개의 시중은행이 합병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위 관계자는 "소극적인 살아남기일뿐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이상적인 합병은 아니다"고 말했다.

영업이 취약한 일부 지역을 보완하는 정도일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상업은행이 2-3개 지방은행을 합하겠다고 발표한데 대해 "우리가 바라는게
아닌데"라고 한 관계자는 평가했다.

실제 각 지방에는 해당 지역 상공인들이나 개인들이 주주인 지역은행이
필요하다.

어느나라든 대형선도은행외에 각 지역은행들이 소규모로 영업을 하고 있다.

부실한 지방은행이 피합병대상 일순위로 떠오를수 있으나 큰 은행들이 이들
은행 1-2개를 합치는 식으로 구조조정의 거센 파고를 피하려 하는 것은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라는 얘기다.

< 고광철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