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은행과 제일은행이 부실기업 명단 발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위원회는 당초 지난달말까지 시중은행 간사
였던 상업은행이 각 은행들로부터 부실기업 명단을 넘겨받아 1일까지 이를
보고토록 한 뒤 금주내로 예정된 명단발표는 새 간사은행인 제일은행에
맡기기로 했었다.

그러나 제일은행은 업무의 연속성을 들어 상업은행이 부실기업 명단 발표를
책임져야 하며 지난주말 이 문제는 금감위 주도로 교통정리가 다시
이뤄졌다고 밝히고 있다.

상업은행이 그동안 시중은행 간사를 하면서 은행간 조정력을 발휘한데다
각 은행이 선정한 부실기업 취합과 중복 거래기업에 대한 이견조정을 조율
하고 있기 때문에 발표까지 맡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주장이다.

금감위로서도 대량부실에 따라 국책은행으로 변해 해외에 팔릴 운명인
제일은행이 부실기업 명단을 발표할 경우 모양이 우스워진다는 여론 일각의
지적을 무척 부담스러워 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업무 편의상 상업은행이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제일은행의 편을 들고 있다.

상업은행은 이에대해 "금감위로부터 부실기업 발표를 맡으라고 통보를
받은 바도 없고 다른 은행과 이 문제를 놓고 협의를 한적도 없는 만큼 당초
계획대로 이달부터 간사은행인 제일은행이 발표를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
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상업은행의 명단발표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지만 상업은행
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이 문제가 어떻게 정리될지 관심거리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일자 ).